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은 17일 방한 일성(一聲)으로 대북 초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노선을 부정하고 북한 비핵화 협상 틀인 6자회담에도 비관적인 입장을 내놨다. 북한에 대한 ‘군사적 옵션’을 배제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러나 전임 행정부와 어떤 점에서 차별화할지는 설명하지 못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틸러슨 장관은 공동 기자회견 직후인 오후 5시20분부터 1시간 동안 회담을 가졌다. 주요 회담 의제는 북한 비핵화 견인을 위한 한·미 공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 한·미동맹 강화 등 세 가지였다. 특히 중국의 사드 보복은 미국 기업에도 피해를 입힌다는 측면에서 양국이 공동 대응하기로 뜻을 모았다.
틸러슨 장관이 앞서 천명한 ‘새로운 대북 접근법’과 관련해서도 논의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틸러슨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하고 있는 대북정책 검토 작업을 우리 측에 설명했다. 북한의 해외 노동자 송출, 석탄 수출 등 북한 정권의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한 방안들이 구체적으로 언급됐다고 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와 관련해 큰 방향이 무엇인지, 그 방향에 담긴 각 요소는 무엇인지, 한·미 양국이 어떻게 전략적 접근을 할지 등에 대해 하나씩 짚으며 상세히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당국자는 “틸러슨 장관은 큰 틀에서 분명한 방향성을 제시했다. 대북정책과 관련한 크고 작은 사안이 모두 다뤄졌다”고 전했다.
다만 틸러슨 장관은 관심을 모았던 대북 군사적 옵션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어떤 행동을 취해야만 하는 그 수준에 (북한이) 도달한다면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만 했을 뿐이다. 회담에서도 한·미 확장억제 전략협의체(EDSCG)를 조기 가동하자고만 했을 뿐 선제타격 등 보다 과격한 군사적 조치는 언급되지 않았다.
‘북한이 비핵화에 진정성을 보여야 협상할 수 있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스탠스 역시 그대로 답습했다. 틸러슨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북한이 핵무기와 대량살상무기(WMD)를 포기해야만 대화할 것”이라면서 “다시 대화하기 위해서는 조건이 달라져야 한다. 5자회담이든 6자회담이든 마찬가지”라고 했다.
때문에 틸러슨 장관의 강경한 수사와는 별개로 트럼프 행정부 역시 이전과 다른 뾰족한 대북 해법을 찾지 못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으로 알려져 있는 전략적 인내에 선을 그은 것일 뿐”이라고 했지만 역시 충분하지 못한 해명이다.
다만 대북정책과 관련해 중국과는 확실한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6자회담에 회의적 입장을 밝힌 것도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강조하는 중국을 겨냥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은 북한의 핵 포기를 위해 중국이 대북 제재에 동참하도록 더욱 압박을 가할 태세다. 틸러슨 장관은 회담에서 “북한은 더 이상 중국이 전략적 자산이 아니라 전략적 부채라고 전달할 것”이라면서 “중국이 가진 모든 수단을 쓰도록 해야 한다. 그런 과정에서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시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리 측에 강조했다고 한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틸러슨 “北 선 넘으면 우리도 행동 취하겠다”
입력 2017-03-17 17:46 수정 2017-03-17 2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