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포수 야스마니 그랜달은 류현진(30)에게 변화구를 많이 주문했다. 체인지업은 타자의 타이밍을 무너뜨렸다. 커브는 배트를 피해 뚝 떨어졌다. 변화구는 영점이 잘 잡혔다. 패스트볼 구속은 88∼91마일(약 140∼146㎞)을 찍었다. 다만 제구는 다소 불안했다.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만족스러운 투구였다. 류현진이 2017 미국프로야구(MLB) 두 번째 시범경기 등판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17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캐멀백랜치에서 열린 2017 MLB 다저스와 시카고 컵스와 시범경기. 지난 12일 LA 에인절스전에서 2이닝 2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첫 시범경기를 소화했던 류현진이 닷새 만에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류현진은 3이닝 동안 3피안타 1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첫 시범경기 때보다 1이닝을 더 던졌고, 투구 수는 26개에서 53개로 배 이상 늘렸다. 이날 류현진은 12명의 타자를 상대하며 4개의 탈삼진을 모두 헛스윙으로 잡아냈다.
류현진은 경기 후 미국 현지 중계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상태로는 느낌이 좋다.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어 “오늘은 투구 밸런스가 맞지 않아 제구가 잘 되지 않았는데 앞으로 보완하겠다. 다음 경기에는 투구수와 이닝을 더 늘릴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류현진은 2015년 왼어깨 부상 이후 기나긴 재활을 거쳤다. 지난 2년간 정규리그에서 단 한 차례만 마운드에 올랐다. 그의 복귀에 부정적인 그림자가 드리워졌던 이유다. 하지만 류현진은 최근 두 차례 시범경기를 통해 ‘건강함’을 증명했다. 현지 언론도 그의 복귀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미국 CBS스포츠는 이날 “류현진을 개막전에 등판시켜도 될 것 같다. 선발투수로 활약할 수 있을 만큼 집중력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현지 중계진은 “류현진의 팔 스피드가 향상됐다. 타자들의 헛스윙을 이끌어내는 능력도 여전하다”며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호평도 이어졌다.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이 개막전 로스터에 진입할 준비를 마쳤다. 류현진 때문에 선발 로테이션을 결정하는 게 더 어려워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저스는 올 시즌 클레이튼 커쇼-마에다 겐타-리치 힐-훌리오 유리아스 순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운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4선발 후보였던 유리아스가 팔꿈치 보호 차원에서 마이너리그에 갈 가능성이 높다. 5선발 후보였던 스캇 카즈미어는 부상으로 구속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류현진은 브랜든 매카시와 함께 선발 로테이션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편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활약했던 ‘끝판왕’ 오승환(35·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MLB 시범경기 복귀전에서 1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괴물 ‘본색’… 체인지업 살아났다
입력 2017-03-18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