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배구’도 세터 손끝서 좌우된다

입력 2017-03-17 20:52

배구에서는 세터가 공격수에게 올리는 볼 하나하나가 점수와 연결된다. 이 때문에 좋은 세터를 보유한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밖에 없다. 볼을 올려 주기만 하면 어떻게든 해결하는 특급 외국인 공격수들이 사라진 2016-2017 NH농협 V-리그 정규리그에서 세터는 승패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번 주말 시작되는 플레이오프도 ‘세터 놀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규리그 여자부 2위 IBK기업은행과 3위 KGC인삼공사는 18일 오후 2시 화성종합실내체육관에서 플레이오프 1차전을 벌인다. 기업은행은 현역 최고의 세터로 꼽히는 김사니(36)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김사니는 부상으로 정규리그에서 15경기밖에 뛰지 못했다.

기업은행이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신예 세터 이고은(22)의 활약 덕분이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도로공사를 떠나 기업은행에 온 백업 이고은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쳐 팀의 막판 5연승에 큰 힘을 보탰다. 이정철 감독은 김사니와 이고은을 5대 5 비율로 투입할 예정이다.

인삼공사의 ‘최종 병기’는 외국인 선수 알레나 버그스마(27)이다. ‘만년 하위권’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던 인삼공사는 정규리그에서 득점 1위(854점)에 오른 알레나를 앞세워 플레이오프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알레나가 플레이오프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치기 위해서는 세터 이재은(30)의 역할이 중요하다.

긴 무명 시절을 거친 이재은은 이번 시즌 세터였던 한수지가 센터로 변신하며 주전 자리를 꿰찼다. 이재은은 알레나와 호흡을 맞추며 데뷔 12년 차에 전성기를 맞았다.

정규리그 남자부 2위 현대캐피탈과 3위 한국전력은 19일 오후 2시 17분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리는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만난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우승 팀인 현대캐피탈은 조직력을 바탕으로 이번 시즌에도 선전했다. 현대캐피탈이 추구하는 ‘스피드 배구’의 중심엔 세터 노재욱(25)이 있다. 최태웅 감독은 2015년 4월 191㎝의 장신 세터 노재욱을 LIG손해보험에서 데려왔다. 그리고 현대캐피탈에 맞는 세터로 변모시켰다. 경험이 부족한 노재욱은 기복이 심한 것이 약점이다.

지난 시즌 한국전력은 공격과 수비, 높이, 서브 등에서 안정적인 전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세터가 약해 고전했다. 신영철 감독은 고심 끝에 지난해 12월 최석기와 신인지명권을 넘겨주는 출혈을 감수하고 대한항공에서 세터 강민웅(32)과 센터 전진용을 데려왔다. 만년 후보였던 강민웅은 주전 자리를 꿰차며 기량을 활짝 꽃피웠고, 이번 시즌 세트 2위에 올랐다. 하지만 강민웅은 고비에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