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흑백논리와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라

입력 2017-03-17 17:27
더 이상의 편 가르기는 안 된다. 흑백논리도 일소돼야 할 적폐다. 내 편은 무조건 옳고, 네 편은 무조건 틀렸다는 이분법적 진영논리가 국론분열을 초래했고, 성장잠재력을 갉아먹었다. 군사정부가 끝난 지 3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진영논리에 갇혀 있다. 해방 후 좌우 갈등은 전쟁과 분단으로 이어졌다. 북한의 핵실험과 이에 따른 사드 배치로 동북아 군사지형 자체가 급변 상황에 놓여 있는데도 국론은 양분돼 있다. 심리적 내전상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래선 새 출발을 요구하는 시대정신을 담아낼 수 없다.

대통령 탄핵은 우리에게 많은 과제를 던졌다. 우리는 그동안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어 왔다. 상대를 인정하지 않았고, 소통이 없었다. 심지어 ‘너는 누구 편인가’라는 이념적 선택을 강요당한 측면도 없지 않았다. 보수와 진보의 이데올로기 대결은 사생결단의 막장싸움이었고, 거대한 사회악으로 변질됐다. 보수든 진보든 그 가치는 존중받아야 한다. 오히려 우리가 소망하는 사회는 보수와 진보가 경쟁하고 타협할 때 이뤄진다. 태극기와 촛불이 보여준 적대성은 깊은 상처를 남겼다. 같은 나라 국민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가혹하고, 처절했다. 원수지간도 이처럼 처절하게 물어뜯고 할퀴지 않는다.

다양성이 경쟁력인 사회다. 블랙리스트로 대변되는 편 가르기는 용납할 수 없는 수치다. 어찌 사람의 생각을 국가권력으로 나누고 다스리려 한단 말인가. 시대착오다. 이런 나라에서는 민주주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행복한 삶도 향유할 수 없다. 이젠 한 발 물러서서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분노와 적개심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은 어떤 것도 없다. 우리를 부끄럽게 만든 수십 년 적폐를 일소하는 것과 함께 내 탓임을 인정하는 개인,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는 사회가 절실함을 깨달아야 한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질서는 매우 엄중하다. 신냉전 기류와 함께 북핵 위험도 커지고 있다. 이 와중에 사드를 둘러싼 내부 갈등은 끝이 없다. 물론 견해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정부가 정책적으로 결정했고, 한·미 합의까지 끝낸 사안을 중국이 반발한다고 해서 발목을 잡는 것은 적전분열이자 자해행위다. 사드를 배치하고 말고는 우리가 선택할 문제며 자위권에 속한다. 보수냐 진보냐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보다 중요한 것은 ‘열린사회’로 가느냐, ‘닫힌사회’로 가느냐다. 닫힌사회를 추구한 국가는 모두 망했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한다. 흑백논리와 이분법적 사고는 본질을 왜곡시키고 논란만 야기한다. 나와 다른 정치적 이념, 나와 다른 사회적 가치, 나와 다른 종교적 신념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타협하고 받아들여야 지속 가능한 사회가 된다. 이제 우리는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을 가야 한다. 그 길이 멀고 험할지라도 머뭇거리거나 피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