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함과 혐오, 美를 묻다… 서울대미술관 ‘예술만큼 추한’展

입력 2017-03-20 05:03
이강우의 ‘생각의 기록’(1994년). 젤라틴실버프린트. 오른쪽 사진은 서용선의 ‘개사람2’(2008년). 캔버스에 아크릴.서울대미술관 제공

미술관에 가서 불편함과 혐오감, 욕지기를 느껴보라고 권하는 전시가 있다.

서울 관악구 서울대미술관에서 열리는 ‘예술만큼 추한: 어글리 애즈 아트(Ugly as Art)’ 전이다. 얼마나 추한 그림이길래?

짐승처럼 네 발로 기어다는 인간을 거친 선과 강렬한 원색으로 표현한 서용선(66)의 작품, 무명작가 시절의 절망과 불안을 시커먼 배경에 형체조차 흐릿하게 표현한 오치균(62)의 작품은 약과다.

총 13명이 참여한 이번 전시는 기성과 신인, 국내외 작가를 망라한다. 젊은 작가일수록 더 도발적이다. ‘추한 작업’을 더 끝까지 밀어 붙인다.

격동의 1980년대에 대학시절을 보냈던 이강우(52)는 역사 속에 놓인 개인의 실존적 고민을 몽타주 같은 흑백 인물사진에 담았다. 문드러진 피부와 고통을 호소하는 벌어진 입을 보면 고문이 자행되고 캠퍼스에 최루탄이 난무했던 기억이 소환된다.

이근민(35)의 작품은 살 속에 감춰진 내장이 밖으로 그대로 드러나 징그럽다는 느낌이 먼저 든다. 최영빈(33)도 마찬가지. 팔이 매달려 있어야 할 자리에 발바닥이 대롱거리고 있다.

이에 비해 구지윤(35)은 얼굴을 그리면서도 빠르고 과감한 붓질로 지우고 덧칠하기를 반복해 추상화 같은 느낌을 낸다. 혐오감보다는 묘한 불안감과 공허함, 우울함이 캔버스를 지배한다. 심승욱(45)은 온갖 검은 쓰레기가 떠밀려온 바닷가에서 제 역할을 못하는 확성기를 설치작품으로 내놨다. 세월호를 연상시키는 검은 색 일색의 작품에는 무력감과 분노가 배어있다.

1928년 스페인 영화감독 루이스 부뉴엘과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가 함께 만든 흑백무성영화 ‘안달루시아의 개’, 올리비에 드 사가장(58)이 자신을 드라큘라처럼 만들어버리는 퍼포먼스 영상 ‘변형’에는 상상 이상의 잔혹 장면이 나온다.

이번 전시는 아름다움과 대치되는 ‘추(醜)’의 감각에 주목해보자는 취지다. 서구 미술사에서도 완벽한 미를 추구했던 르네상스와 달리, 고딕이나 바로크의 기괴함이나 과장, 표현주의적 비참함 등 불쾌함이나 반감을 불러일으키는 양식이 존재했다.

정영목 서울대미술관장은 “인간은 추함을 통해 보다 본질적으로 자신의 본연의 모습을 반추할 수 있고, 현실의 실체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다”며 “그 불편함과 혐오를 느껴보는 것이 이번 전시의 콘셉트”라고 말했다. 예술은 아름다운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흔드는 전시다. 5월 14일까지(02-880-9504).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