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인 시절 새누리당 의원들과의 비공개 오찬에서 “쇠고기 협상 등 통상 문제는 비전문부처가 담당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하면서 통상 업무는 지식경제부에서 분리한 산업통상자원부로 넘어왔다. 4년이 흐른 지금 산업부에 통상 업무를 맡긴 박 전 대통령의 생각이 맞았느냐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통상을 경제로만 접근했고 협상 테이블을 활용하는 외교력이 부족했다는 부정적 시각이 많다.
지난 6일 일본 고베에서 진행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17차 협상도 산업부의 부실한 외교력을 여실히 보여줬다. 회의 후 산업부 통상 담당자들에게 “사드 배치로 통상 압박을 하고 있는 중국 당국 관계자와 어떤 얘기를 나눴느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그러나 산업부 관계자는 “실무 담당자만 오기 때문에 민감한 사안을 다루기엔 시간적·상황적 어려움이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물론 RCEP 협상은 세계 각국 정상이나 오피니언 리더들이 참석하는 자리는 아니다. 하지만 16개국 통상 실무자들 중엔 과거 중국과 외교 분쟁으로 무역 보복 등을 당한 일본, 필리핀, 베트남 관계자도 있었다.
통상 전문가들은 “공식적인 협상 테이블이 아니더라도 식사 등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이들 국가와 경험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중국 측을 압박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번 기회에 정책과 외교력의 연속성을 위해 통상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장관이나 조직을 만들자는 얘기도 나온다.
1994년 말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정부조직을 개편하면서 통상을 전담하는 통상산업부가 생겼다. 김대중정부에선 통상 업무는 외교부로 이관됐다. 업무의 특수성을 고려해 장관급의 통상교섭본부장을 따로 뒀다. 이는 이명박정부까지 계속됐다.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새 정부에서는 정부조직법을 바꿔 통상전문 장관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산업부에 ‘통상’ 맡긴 4년, 외교력이 부족했다
입력 2017-03-18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