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 뒷주머니 같은 것을 호족(胡族)의 주머니라는 뜻의 호주머니라고 한다 했지요. 호랑(胡囊·호낭)이라고도 했습니다. 이를 이르던 말이 또 있는데, ‘봉창’입니다. 어려서 이것저것 넣을 수 있는 봉창 많이 달린 옷을 좋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봉창은 원래 그런 뜻이 아닙니다. 봉창(封窓)은 방과 부엌의 벽에 창틀이나 창살 없이 구멍을 뚫어 빛이 들어올 수 있도록 만든 창을 말합니다. 보통 부엌은 환기를 위해 막지 않지만 방은 찬바람이 들어오지 않도록 창호지를 바릅니다. 열거나 닫을 수 없지요. 그래서 막힌 창이라는 뜻의 封窓입니다. 보통 네모꼴의 호주머니를 봉창이라고 했던 이유는 벽의 봉창과 비슷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자다가 봉창 두드린다’는 말이 있지요. 어떤 상황과 아무런 관련 없이 갑자기 사리에 맞지 않게 엉뚱한 짓이나 헛소리하는 것을 이르는 말입니다. 비유가 가히 일품입니다. 자다가 두드린다는 봉창은 옷의 봉창이 아니라 벽의 봉창을 이르는 것입니다. 자다가 느닷없이 일어나 막힌 봉창을 두드려대니 남들이 보기에 황당하고 엉뚱한 일이 아닐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미 정리된 일을 가지고 자다가 봉창 두드리듯 행동하는 사람들을 봅니다. 깨어 있는 정신으로 생각한 뒤 말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그래야 이치에 어긋나는 짓으로 웃음거리가 되는 것을 면할 수 있습니다.
글=서완식 어문팀장, 그래픽=전진이 기자
[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갑자기 엉뚱한 짓 ‘자다가 봉창…’
입력 2017-03-18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