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처를 다시 만들자” vs “경제정책 추진력 약화”

입력 2017-03-18 00:03

차기 정부 출범에 맞춰 거론되고 있는 정부조직 개편의 핵심 쟁점은 3가지다. 예산과 경제정책 기능의 분리, 금융감독 기능의 독립, 교육부 폐지 등 모두 민감하고 폭발력이 강한 사안이다. 경제·사회 정책의 핵심 3개 부처(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교육부)와 연관돼 있기도 하다. 지난 10년간 보수정권의 잘못된 ‘틀’을 깨자는 측면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현 시스템을 흔들었을 때의 혼란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물론 정답은 없다. 변화냐 유지냐 선택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재정건전성 vs 경제정책 추진력

예산과 경제정책은 10년 단위로 ‘떼었다 붙였다’를 반복했다. 이명박정부는 2008년 출범하면서 두 영역을 모두 맡는 기획재정부를 만들었다. 기재부가 신설되면서 없어진 기획예산처를 다시 만들자는 쪽은 재정 독립성을 강조한다. 지난 10년간 예산 기능이 경제정책의 ‘2중대’ 격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기재부 예산실 관계자는 17일 “추가경정예산 편성만 봐도 정책국에서 결정하면 예산실은 뒤치다꺼리하는 구조”라며 “경제정책만큼 국가재정도 중요하고 독립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999년 당시 200명이 안 되던 예산담당 직원 수가 기획예산처가 생기면서 550명으로 늘어났던 과거 전례를 되살리고 싶은 예산실의 속내도 엿보인다.

현 체제를 고수하자는 쪽은 예산 기능을 떼어내면 경제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다른 부처를 지휘·통솔할 수 있는 것은 예산 결정권을 갖고 있기 때문인데 예산이 떨어져 나가면 정책 추진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제부처 고위관계자는 “예산과 정책이 분리돼 있을 때 두 장관은 만나서 웃었지만 차관급 이하에서는 날마다 싸우는 게 일이었다”면서 “정책에는 반드시 예산이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 독립 vs 정책·감독 한 몸

현재 금융위원회는 금융산업정책과 금융감독 기능을 모두 갖고 있다. 민간기구인 금융감독원은 단순한 감독집행기구일 뿐이다. 차기 정부 출범에 맞춰 이 둘을 분리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산업 진흥과 금융감독 기능은 동전의 양면과 같기 때문에 따로 떼어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빚내서 집사라’고만 했지 이를 적절히 감독하지 못해 국민들에게 가계부채 폭탄을 안겼다는 논리다. 구체적으로 금융산업 정책을 기재부로 합치고, 별도의 민간 감독기구에 금융감독 정책과 집행을 맡기자는 것이다.

반대론자들은 둘을 분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을 신규 인가한다면 그게 감독인가 정책 영역인가.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미 과거에 시도했다 실패한 모델(재정경제부-금융감독위원회)을 다시 도입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있다.

정치 배제한 일관성 vs 식물기구 전락

교육부 폐지론자들은 교육부 대신 중립적인 국가교육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아래 교육지원처가 보좌하는 형태를 제시하고 있다. 정치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정권이 바뀌어도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교육 정책을 세우자는 것이다. 그동안 입시 정책은 정권 입맛에 따라 오락가락했다. 심지어 고교 1·2·3학년에 다른 대입 제도가 적용되기도 했다. 불확실성은 사교육비 증가로 나타났다. 정치판 이념 싸움이 학교 현장으로 넘어오는 건 일상이 됐다. 국정 역사 교과서 논란이 대표적이다. ‘백년대계’는커녕 1년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교육 행정이었다.

문제는 독립성과 이를 뒷받침하는 예산이 수반될 수 있느냐다. 국가교육위가 대통령이나 의회 권력이 추진하려는 정책을 거부해도 뒤탈이 없어야 한다. 그러려면 예산과 조직, 인사에서 독립적 권한을 가져야 한다. 정부·국회가 보유한 입법권도 행사해야 한다.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정권이 국가교육위를 식물로 만드는 건 간단하다. 예컨대 기재부가 돈줄을 죄면 국가교육위의 정책은 곧바로 힘을 잃는다.

독립적 권한을 갖더라도 교육파트만 내각에서 떨어져 나오면 한계에 부딪히기 쉽다. 교육정책은 노동·복지 파트 등과 유기적으로 협업해야 힘을 얻기 때문이다.

세종=이성규 신준섭 이도경 기자 zhibago@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