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노트] 흔들리는 것이 정상

입력 2017-03-17 17:32
눈보라:항구를 나서는 증기선 윌리엄 터너 作

‘위대한 개츠비’를 오랜만에 다시 꺼내 읽었다. “우리는 물결을 거스르는 배처럼, 쉴 새 없이 과거 속으로 밀려나면서도 끝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마지막 문장을 읽으며 생각했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음미하며 살고 싶어도 인간의 이런 숙명 때문에 과거와 미래 사이를 오갈 수밖에 없겠구나’ 아무리 앞으로 나아가려 해도 세상의 거친 파도가 나를 뒤로 밀어내고, 이제는 그만 멈춰 있고 싶어도 시간의 물결이 획하고 앞으로 나를 채고 가버린다. 우리는 이렇게 앞으로 나아가다 뒤로 밀려나며 잠시도 멈춰 있을 수 없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다는 걸 알지만 과연 세상 누가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앞뒤로 흔들리며 사는 것이 진짜 삶인데.

“이 길이 맞을까, 저 길이 맞을까 어디로 가야 할까” 우리는 매순간 고민한다. 배우자를 고를 때만 그런 것이 아니라 치약 하나를 살 때도 쉽게 결심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한다. 결정장애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대상을 향한 감정에는 항상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섞여 있다. 우리 마음속에는 모순된 생각과 욕망이 뒤섞여 있게 마련이다. 양가감정은 자연스러운 마음이다.

“길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착각이야. 인생은 황야니까.” ‘폭풍의 언덕’은 삶의 진리를 이 문장으로 나에게 보여줬다. 지금 이 순간,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두려워할 필요 없다. 나를 위한 단 하나의 길, 나를 위한 단 하나의 올바른 선택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맨다고 잘못된 게 아니다. 이러 저리 헤매는 과정 자체가 우리 삶이니까.

사회가 흔들리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 아닐까. 조금 진보하는 듯 보여도, 어두웠던 과거로 되돌아갈 때도 있다. 오른쪽과 왼쪽을 오가며 길을 잃기도 한다. 모든 삶이 그렇듯 두 극단 사이에서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무수한 쌍의 극단 사이에서 진동하며 혼란스러울 때도 많았다.

흔들린다는 건 살아 있다는 증명이다. 나침반 자침이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처럼 이 세상도 저 먼 어딘가를 향해 요동치며 길을 찾는다. 무엇보다 다행인 건 흔들리고 동요할 때마다 우리는 반드시 무언가를 얻어 왔다는 것이다. 자유, 평등, 사랑…. 인간의 삶에서 소중한 가치들은 언제나 그렇게 찾아왔다.

김병수(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