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작은 섬을 찾은 시인 네루다와 그의 우편배달부로 고용된 어부의 아들 마리오 사이의 우정과 시의 세계를 그린 영화 ‘일 포스티노’의 주제가가 울려 퍼지자 ‘남자 김연아’ 차준환(16·휘문고)은 우아한 연기를 펼쳐 내기 시작했다. 첫 점프 과제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깔끔하게 처리한 차준환은 자신감을 가지고 연기에 몰입했다. 그러나 쿼드러플 살코 단독 점프에서 실수해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클린 연기에 실패한 차준환은 총점 개인 최고 점수를 경신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차준환은 16일(한국시간)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2017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60.11점(기술점수(TES) 85.59점·예술점수(PCS) 75.52점·감점 1점)을 받았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개인 클린 연기로 82.34점(2위)을 얻은 차준환은 합계 242.45점으로 5위에 자리를 잡았다. 이로써 차준환은 종전 총점 개인 최고 점수인 239.47점(2016년 주니어 그랑프리 3차 대회)을 갈아 치웠고, 동시에 1988년 정성일이 기록한 한국 최고 기록인 6위도 넘어섰다. 우승은 미국의 빈센트 저우(합계 258.11점·역대 최고 점수)가 차지했다.
첫 점프를 잘 소화한 차준환은 쿼드러플 살코-더블 토루프 콤비네이션도 깔끔하게 뛰었다. 이어 트리플 악셀을 뛴 다음 두 개의 콤비네이션 스핀을 구사했다. 하지만 쿼드러플 살코 단독 점프에서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집중력을 발휘한 차준환은 남은 과제를 무난하게 소화했지만 메달권에 들진 못했다.
2017-2018 시즌 시니어 무대에 데뷔하는 차준환은 이번 대회에서 평창동계올림픽 메달을 위한 과제도 떠안았다. 4회전 점프를 늘리고 완벽하게 익히는 것이다. 남자 싱글 시니어 정상급 선수들은 4회전 점프를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5번 이상 뛰고 있다.
김태현 기자
‘남자 김연아’ 차준환 아쉬운 5위
입력 2017-03-17 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