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을 거쳐 간 많은 인사들은 “친문 패권주의는 실재한다”며 ‘보이지 않는 벽’을 집중 성토했다. 19대 국회에서 당 지도부를 지낸 한 전직 의원은 16일 “친문 패권주의의 핵심은 권력욕”이라며 “친문이 적폐 청산을 주장하지만 패권주의 자체가 정치권의 적폐”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친문 패권주의에 대한 비판은 주로 자기 진영만 챙기는 이기적 행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친문의 모태인 ‘친노 그룹’이 배타성으로 비판받았던 것과 유사한 논리다.
2012년 총선 공천 과정에서 불거졌던 ‘공천 담합’ 논란은 친노·친문을 관통하는 키워드인 편 가르기의 대표 사례로 통한다. 당시 친노 진영은 당내 386세력과 손잡고 주류로 자리 잡은 상태였다. 비주류 의원들은 공천심사위원회 간사였던 백원우 전 의원 등의 공천 전횡 정황을 강력하게 성토했다.
당시 공천을 신청했던 한 원외인사는 “공천 초기 친노 의원들은 자기 지역구를 먼저 단수 공천했다. 이후 ‘2배수’ 컷오프 지역구에도 여론조사 3∼4위인 친노 후보를 통과시키는 등 비합리적인 일들이 많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장세환·조경태 의원은 “비주류와 지역 배려는 흔적조차 안 보이는 특정 계파·지역을 위한 불균형 인사”라고 반발했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친문 주류의 지도부 장악이 도마에 올랐다. 친문 진영의 지원을 받은 추미애 대표는 절반을 넘는 득표로 당선됐다. 선출직 3명(여성·노인·청년)과 권역별 5명 등 최고위원 모두 친문 인사로 채워졌다.
비주류 측은 이때 온라인 당원을 중심으로 조직적인 표 몰아주기가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추 대표를 포함한 선출직 당선자는 모두 55% 안팎의 동일한 득표율을 얻었다. 팟캐스트와 SNS 등을 활용한 일사불란한 ‘오더 투표’였다는 것이다.
8·27전당대회부터 바뀐 권역별 최고위원 선출방식도 당권 편중 논란을 부채질했다. 시·도당 위원장들이 호선으로 최고위원을 선출토록 했는데, 이미 친문이 지역조직을 장악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노무현정부 청와대 출신 한 인사는 “과거 제왕적 총재 소리를 들었던 DJ·YS 시절에도 당 지도부에 비주류를 안배했다”고 비판했다.
‘이너서클’ 중심의 배타적 당 운영도 빈번히 지적된다. 노무현정부 청와대 출신이나 친소 관계에 따른 회전문 인사가 만연하다는 게 반문 측의 비판이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캠프 내 의원그룹이 30명 정도라면 실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건 친문 핵심의원 10명 안쪽”이라며 “탕평을 내세워 영입한 호남·전직 의원들도 껍데기 직함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16일 발표된 ‘문재인 후보 특보단’도 패권주의 논란을 다시 촉발시켰다. 특보단에 박범계(대전) 이개호(전남) 도종환(충북) 등 현역 시·도당 위원장들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안희정 충남지사 측은 “경선 과정에서 당 지방조직 대표인 시·도당 위원장을 특보단에 임명한 건 정당정치의 기본도 모르는 행태”라며 “계파주의 등 청산해야 할 적폐가 어른거린다”고 반발했다.
최근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의 탈당으로 불거진 ‘뺄셈 정치’ 논란도 맥락은 비슷하다. 친문 패권 논란 등 위기 상황에서 돌파구로 모셔온 영입 인사들을 매번 소모품 취급했다는 것이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의 탈당이나 박영선 전 원내대표 등 비주류 지도부 흔들기도 거론된다. 비문 의원들은 ‘책임정치 실종’과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성향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주장했다.
글=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친문 패권주의’ 논란… 비주류 튕겨내기 “보이지 않는 벽 있다”
입력 2017-03-17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