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극우 돌풍의 가늠자가 될 네덜란드 총선에서 중도보수 성향의 집권 자유민주당(VVD)이 제1당 자리를 지켰다. 돌풍 주역이던 ‘네덜란드의 트럼프’ 헤이르트 빌더르스의 극우 자유당(PVV)은 기존 의석에 5석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오히려 진보 진영의 샛별로 떠오른 예시 클라버의 녹색좌파당(GL)이 기존 의석에 10석을 추가하며 제5당으로 올라섰다. 유럽을 지배하던 극우 정당의 기세가 한풀 꺾인 가운데 오는 4월과 9월 열리는 프랑스 대선과 독일 총선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16일(현지시간) 네덜란드 국영 NOS방송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총선 개표 결과 마르크 뤼테 총리가 이끄는 VVD가 예상 의석수 33석으로 제1당 자리를 유지하고, PVV가 20석, 기독민주당(CDA)과 민주66당(D66)이 각각 19석을 차지했다. 투표율은 77.7%로 집계됐다.
GL과 사회당(SP)은 각각 14석, 제2당이었던 노동당(PvdA)은 9석으로 뒤를 이었다. 2012년 선거에 비해 VVD는 8석, PvdA는 29석 줄었고 PVV 5석, CDA 6석, D66이 7석을 더 확보했다. 3연속 제1당 자리를 사수한 뤼테는 “네덜란드는 잘못된 포퓰리즘을 향해 ‘멈추라’고 말했다”며 “오늘은 민주주의의 기념일”이라고 환호했다.
유럽연합(EU) 탈퇴, 반(反)이슬람, 반난민 기조로 모스크 폐쇄, 난민 거부 등 거친 공약을 쏟아낸 PVV는 지난 1월 여론조사 때만 해도 30석 이상을 차지해 제1당에 진출할 것으로 예측됐으나 간신히 제2당에 이름을 올렸다. 초반 기성 정치권과 거리를 둔 신선함이 돋보였지만 결과적으론 경도된 자국우선주의 정책이 유권자의 반발을 산 것으로 분석된다.
28개 정당이 난립한 네덜란드에선 연립정부 구성이 아니고선 집권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번 선거에서도 제1당조차 전체 150석 중 과반(76석)에 턱없이 못 미쳤다. 정당별로 연립정부 구성을 위한 셈법이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VVD는 선거 기간 온건중도인 CDA, 온건좌파인 D66, 현재 함께 연정을 지켜온 PvdA와 함께 연정을 구성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여기에 막판 선전한 GL과 힘을 합치는 방안도 고려된다. 제1, 2당이 배제된 CDA, D66, GL, SP, PvdA 등의 합종연횡 가능성도 있다. 주요 정당들이 PVV와의 연정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극우 정당의 집권은 물 건너갔다.
잇따라 선거를 치르게 될 이웃 유럽국가에선 안도의 한숨이 새어나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뤼테에게 “동료, 이웃, 유럽인으로서 협력을 고대한다”고 축하 인사를 건넸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유럽에 대한 찬성표이자 극단주의에 대한 반대표”라고 해석했다. 마르틴 슐츠 전 유럽의회 의장은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유럽을 위해 계속 싸워야 한다”고 SNS에 글을 올렸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미풍 그친 ‘네덜란드 트럼프’… 유럽 극우 ‘주춤’
입력 2017-03-16 18:24 수정 2017-03-16 2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