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갚을 능력없는 203만명 약 22조 빚 감면해준다”

입력 2017-03-16 18:12 수정 2017-03-16 21:08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빚 갚을 능력이 없는 취약계층 203만명을 대상으로 채무를 감면해주는 내용의 가계부채 공약을 발표했다.

문 전 대표는 16일 서울 마포구 서울신용보증재단에서 비상경제대책단 경제현안점검회의를 개최하고 ‘가계부채 7대 해법’을 제시했다. 문 전 대표는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의 위기 요인이 되지 않도록 잘 관리하고, 허덕이는 가계에 숨구멍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이날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하면서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 시점에 맞춰 대책을 발표했다.

가계부채 공약의 핵심 내용은 대출 상환이 불가능한 203만명(22조6000억원 규모)의 채무를 대폭 감면하는 것이다. 문 전 대표는 “회수 가능성이 없는데도 채권이 살아 있으니 채무자는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못 하고, 금융사들도 관리비용만 늘고 있다”며 “채무 조정을 통해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금융사가 대출을 해준 뒤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부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출채권을 싼 값에 다른 금융기관이나 대부업체에 넘긴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채무자는 대출은 은행에서 받았지만 채권을 보유한 대부업체들의 가혹한 추심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문 전 대표의 대책은 국가가 이런 문제를 해결해 취약계층이 신용불량자 신세를 면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대규모 채무 감면에는 선결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도덕적 해이’ 방지 차원에서 채무자의 소득과 재산 등 상환 능력을 꼼꼼히 심사해야 한다. 문 전 대표 측은 감면 이후에 신고하지 않은 재산이나 소득이 발견되면 채무 감면을 무효화한다는 방침이다. 국세청이나 건강보험공단 등 각종 소득 정보를 보유한 정부기관의 협업도 필수적이다.

이번 공약에는 1344조원(지난해 말 기준)에 달하는 가계부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총량관리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150% 이내로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51.1%로 2015년 말(143.7%)에 비해 7.4% 포인트나 상승했다.

최고 이자율 상한선은 연 27.9%에서 20%로 낮춰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낮추기로 했다. 또 3∼4%대 은행 대출 이용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10%대 중금리 서민 대출도 늘릴 방침이다. 문 전 대표는 “금융 부채가 금융 자산보다 많은 한계가구가 150만 가구를 넘어섰다”며 “가계부채 취약계층이 고통에서 벗어나 재기의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비문(비문재인)계 3선인 민병두 의원을 더문캠 공동특보단장으로 임명했다. ‘화합의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비판에 대한 대응 차원이다. 3선의 김태년 의원도 공동특보단장을 맡았다. 더문캠 관계자는 “민병두·김태년 투톱 체제를 중심으로 당내외 폭넓은 소통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