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소환 박근혜 전 대통령 무슨 말 할까?

입력 2017-03-16 17:32 수정 2017-03-16 21:08

4일 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 포토라인에 서게 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전 대통령에 앞서 검찰청사에 들어섰던 3명의 전직 대통령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심경을 표현했었다. 다른 대통령들과 달리 수사에 강하게 저항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은 검찰에 압송돼 구치소에서 조사를 받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처음으로 검찰에 소환된 전직 국가원수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다. 1995년 10월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소환 통보를 받았다. 11월 1일 대검찰청 청사 포토라인에 선 노 전 대통령은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다가 작은 목소리로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말만 남겼다.

그는 출두 나흘 전 “못난 노태우 외람되게 국민 앞에 섰습니다”로 시작되는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었다. “통치자금은 잘못된 것이기는 하지만 우리 정치의 오랜 관행이었다”는 변명을 내놨다. 5000억원의 자금이 조성됐고, 1700억원이 남았다며 구체적 비자금 액수까지 담았다. 혐의를 사실상 시인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그는 정작 17시간 동안 이어진 검찰 조사에서는 “모르겠다” “기억이 안 난다” “말할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한다.

전 전 대통령은 95년 12월 2일 반란수괴·내란·뇌물수수 등 혐의로 출석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당일 그는 이른바 골목 성명을 내고는 경남 합천으로 내려가 버렸다. 연희동 자택 앞 골목에서 읽은 성명에서 그는 “검찰의 태도는 진상규명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분히 현 정국의 정치적 필요에 따른 것”이라며 “검찰의 소환요구 및 여타의 어떤 조치에도 협조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검찰은 이튿날 바로 수사관들을 합천으로 보내 전 전 대통령을 압송해 왔다. 체포될 당시 전 전 대통령은 합천 조카 집에서 자던 중이었다. 결국 안양구치소에 수감된 채로 조사를 받았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검찰 수사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 제기된 뇌물수수 혐의를 조목조목 반박하기도 했다. 수사가 장기화되자 “빨리 소환해 달라”며 되레 검찰을 압박하기도 했다. 2009년 4월 30일 포토라인에 선 노 전 대통령은 “실망시켜 드려 죄송하다. 면목 없는 일이다”는 말을 남기고 조사실로 들어갔다.

박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검찰 수사에 대응해 왔다. 1기 특수본과 특검의 조사요구에는 불응하면서도 다양한 채널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10∼11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자 3차례 대국민 담화를 통해 결백을 강조했다. 특검 수사가 진행되던 지난 1월 1일에는 신년기자간담회를 열어 “완전히 나를 엮은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특정 언론인과 인터뷰하면서 반박했다.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에 대해서는 지금껏 가타부타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오는 21일 검찰청 포토라인에서는 무슨 말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