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리, ‘가족 모욕 발언’ 듣고 박치기?

입력 2017-03-16 21:23
레스터시티의 제이미 바디(오른쪽)가 지난 15일(한국시간) 영국 레스터의 킹 파워 스타디움에서 끝난 2016-2017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세비야와의 경기에서 사미르 나스리와 머리를 맞대며 신경전을 벌이다 뒤로 넘어지고 있다. AP뉴시스

지난 15일(한국시간) 열린 2016-2017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레스터시티와 세비야 경기에서 나온 사미르 나스리(29·세비야)의 퇴장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유럽 매체에서 나스리의 퇴장에 상대 선수 제이미 바디(30)의 가족 모욕 발언과 할리우드 액션 등이 원인이라는 지적들이 나오면서 선수 및 양팀 간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나스리는 후반 30분쯤 동료에게 패스를 한 뒤 그를 밀착 마크하던 바디와 언쟁을 벌였다. 두 선수는 이마를 맞댔는데 갑자기 바디가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나스리는 머리를 살짝 부딪친 바디가 쓰러지자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하지만 나스리는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했다. 나스리는 주심의 퇴장 명령이 내려진 후에도 화를 쉽게 가라앉히지 못했다. 결국 세비야는 숫적 열세 속에 경기에 져 8강 진출에 실패했고, 나스리는 패배의 원흉으로 지목되기에 이르렀다.

프랑스의 축구전문지 프랑스 풋볼은 그러나 16일 “바디가 나스리에게 가족들을 모욕하는 발언을 했다. 이에 격분한 나스리가 바디와 충돌한 것”이라고 보도하며 논란을 부채질했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2006년 독일월드컵 결승전 때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이 머리로 이탈리아 수비수 마르코 마테라치의 가슴을 들이받은 일명 ‘박치기’ 사건과 판박이인 셈이다. 당시 지단은 “마테라치가 내 누이를 모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보도가 나온 뒤 바디에게 축구팬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나스리는 영국 언론 더 선과 인터뷰에서 바디의 헐리웃 액션을 언급하며 “사기꾼”이라고 비난했다. 나스리는 “바디가 나를 퇴장시키려고 속임 동작을 펼쳐 화가 났다. 이마를 맞댄 상황이었는데 바디가 갑자기 넘어졌다”고 말했다. 다만 바디의 가족 모욕이 원인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나스리는 “바디는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영리하게 행동했을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바디는 “속임 동작이 아니었다. 당시 상황을 설명하긴 힘들다”고 반박했다. 레스터시티 대변인도 바디를 옹호하는 등 나스리 퇴장 파문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한편 올해 UCL 8강 진출 팀은 모두 가려졌다.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 AT마드리드, 바이에른 뮌헨, 도르트문트, 유벤투스, AS모나코, 레스터시티다. 리그별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가 3팀으로 가장 많았다. 독일 분데스리가가 2팀으로 뒤를 이었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이탈리아 세리에A·프랑스 리그1에서 한 팀씩 진출했다. UCL 8강 조추첨은 17일 스위스 니옹에서 열린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