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가 시작된 대학마다 학생들은 공부와 취업 준비로 분주하다. 저성장 시대의 취업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견디며 고군분투한다. 강의와 강의 사이 자투리 시간도 흘려보내기 어려워진 캠퍼스에서 개강과 함께 ‘시간 기부’에 나선 학생들이 있다.
전국 20개 대학에서 진행 중인 ‘십시일밥’ 프로젝트. 형편이 어려워 아르바이트에 매달려야 하는 학우들에게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시간을 모아준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참여 학생들은 공강시간에 교내식당에서 배식과 설거지, 청소, 테이블 정리 등을 돕는다. 식당은 그 임금을 식권으로 지급하고, 학생들은 그 식권을 어려운 친구의 한 끼를 위해 기부한다.
10명이 1시간씩 모아 친구의 아르바이트 10시간을 줄여주자는 이 프로젝트는 2014년 한양대에서 시작해 20개 대학으로 확산됐다. 그동안 2500여명이 참여해 1억5000만원어치 식권 3만4792장을 확보했고, 1887명이 이 식권을 사용했다.
이들은 ‘공정한 경쟁’을 위한 일이라고 말한다. 누구는 공부하는 시간에 누구는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 당사자인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격차를 줄여보자고 나선 것이다. 십시일밥 학생들은 ‘십시일찬’도 시작했다. 한 달에 두 번씩 학교 주변의 불우이웃을 위해 반찬을 만들어 전달하고 있다.
글=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삽화=안지나 기자
[& And 트렌드] 친구의 밥 한끼를 위해 캠퍼스 ‘십시일밥’ 바람
입력 2017-03-16 17:41 수정 2017-03-16 17: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