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북한’ 에리트레아 기독교 박해 심각

입력 2017-03-17 00:08
한국순교자의소리 에릭 폴리(분홍색 와이셔츠)·현숙 폴리 공동대표가 지난달 28일 에디오피아와 에리트레아 국경지역의 난민캠프에서 기독교 복음을 전하고 있다. 한국순교자의소리 제공
에리트레아 여성도가 아이를 안고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모습. 한국순교자의소리 제공
‘아프리카의 북한’이라고 불리는 에리트레아 기독교인 30여명이 풍성한 찬양과 말씀잔치에 참가했다.

한국순교자의소리(공동대표 에릭 폴리·현숙 폴리)가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5일까지 에디오피아와 에리트레아 국경지역에 있는 난민캠프에서 개최한 ‘에리트레아 교회지도자 신앙 및 양육 훈련’에서다. 이들은 한국순교자의소리 스태프와 함께 영어로 예배드리고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찬양에 흠뻑 젖었다.

에릭 폴리 목사는 “가방이 없어 비닐봉지에 소지품을 넣고 다니는 여러분들을 보며 가슴이 미어진다”며 “하지만 아무리 에리트레아 정부가 기독교를 박해할지라도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와 사랑은 핍박하지 못할 것이다. 예수 십자가의 힘으로 모든 것을 물리칠 수 있다”고 도전의식을 불러 일으켰다.

이들은 식사와 교제를 함께하면서 자국의 민속춤과 노래를 선보이며 난민생활의 설움을 달랬다. 주최 측이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십자가, 북한 지하교회 성도들의 절절한 신앙생활 이야기를 전하자, 참석자들은 “아멘”으로 화답했다.

에리트레아는 30년 넘게 전쟁을 벌인 끝에 1993년 독립했다. 독립의 기쁨도 잠시, 정권을 잡은 독립투사 출신 대통령은 북한 독재정권을 모델삼아 집집마다 자신의 사진을 걸게 했다.

종교탄압도 심각한 수준이다. 2002년 정교회와 루터교, 가톨릭을 제외한 모든 복음주의 교회에 대해 주일예배를 금지시키는 법을 제정했다. 이번 훈련에 참가한 버하니 아스멜라시 목사는 “감옥에 갇힌 기독교인 수가 한때 3000명이 넘었다”며 “기독교인들은 감옥에 가지 않는 경우 직장에서 쫓겨나고 사업장을 폐쇄당하며 은행에 돈을 압류 당하는 등 심각한 차별을 당한다. 그래서 모든 복음주의 교회는 지하교회 형태로 존재한다”고 전했다.

허가를 받은 교회들도 정부의 간섭과 통제하에 있다. 에리트레아 정교회 수장은 교회에 대한 간섭을 중지할 것을 촉구하다 12년째 가택연금 상태다. 에리트레아 감옥은 화물 컨테이너, 구덩이, 군(軍) 막사 등 형태가 다양하다. 또 고문까지 자행되고 있다. 에리트레아는 1인당 국민소득이 480달러(55만원)로 세계 최빈국에 속한다.

아스멜라시 목사는 2003년 ‘릴리스 에리트레아’ 단체를 설립, 탈출 난민을 보호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심각한 박해 속에서도 에리트레아 기독교가 성장하고 있다”며 “지하교회가 계속 늘고 많은 사람이 감옥에서 예수님을 만나고 있다. 감옥에서 증오가 아닌, 원수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글=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그래픽=이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