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준금리 인상, 예고된 이벤트… 단기적 자본유출은 크지 않다"

입력 2017-03-16 21:39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거래인이 15일(현지시간)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나오는 TV 화면을 뒤로 한 채 분주하게 일하고 있다. 연준은 이날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올렸다. 뉴욕증권거래소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0.54% 상승한 2만950.10에 거래를 마쳤다.신화뉴시스
3개월 만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정책금리를 0.25% 포인트 올렸지만 금융시장의 충격은 없었다. 하지만 불안감은 높아지고 있다. 이번엔 예고됐었지만 앞으로가 문제라는 것이다. 금리 상승이 본격화되면 고용절벽 상황 속에 '가계부채·자본유출·경기둔화'라는 3대 악재가 우리 경제를 벼랑 끝으로 몰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① 외국자본 유출 우려

우선 외국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연준이 두 차례 더 금리를 올리면 두 나라의 기준금리가 역전된다. 물론 금리 인상의 근거가 되는 경제 환경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우리 경제에는 호재라는 분석도 있다. 일단 예고된 이벤트인 만큼 단기적인 자본유출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리 인상 결정이 만장일치가 아니라는 것과 재닛 옐런 의장의 발언이 점진적인 인상에 초점을 둬 단기적인 자본유출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국내 기준금리 인상 전망은 엇갈린다. 장병화 한국은행 부총재는 "미국이 금리를 올렸다고 한은이 기준금리를 기계적으로 올리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내의 실물경제나 금융 상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이 6월이냐, 9월이냐 등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며 "긴장감을 갖고 점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과거 내외금리 역전 시기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매도에 나섰다"며 "미국이 한 번 더 기준금리를 올리면 내수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② 가계부채에 치명적

부채가 1344조원을 돌파한 가계경제에 금리 인상은 치명적이다. 미국이 정책금리를 올리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25%로 유지하더라도 시장금리는 올라가게 돼 있다.

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금리에 연동되는 변동금리 대출과 3∼5년마다 금리를 재설정하는 고정금리 대출 모두 이자 부담이 폭증한다.

특히 저신용·다중채무·저소득의 3요소 가운데 2건 이상 해당하는 취약계층, 금융자산이 마이너스인 상태에서 100만원을 벌 경우 40만원 이상을 빚을 갚는 데 쓰는 한계가구, 은퇴 후 빚을 내어 자영업에 뛰어든 베이비부머들의 빚 부담은 가중된다. 이들은 금리 상승기 맨몸으로 맞설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한은은 금리가 1% 포인트 오를 경우 가계 전체의 이자 부담은 연간 9조원 늘어나고, 한계가구는 6만9000가구 폭증하며, 자영업자 폐업 위험도는 7∼10% 늘어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은 16일 "취약계층이 이자 부담을 견뎌낼 수 있도록 금리가 오르더라도 정해진 금리로 대출을 갚아나가는 파생상품인 금리캡(CAP)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며 "정부의 구제금융 펀드 등을 통해 이를 지원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③ 경기는 어떻게 되나

실물경제 전망은 복합적이다. 소비 위축으로 경기가 내리막을 탈 것이란 우려와 수출이 힘을 받을 것이란 낙관이 공존한다.

다수 전문가들은 경기에 부정적 여파가 적을 것으로 본다. 김동헌 고려대 교수는 “결국 우리 경제가 미국 금리 인상을 감당할 체력이 되느냐에 달렸다”면서 “인상 수준이 예상보다 낮아 이를 안고 가더라도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출 전망도 현재까진 좋다. 금리 인상과 함께 미 경기가 좋아지면 우리 수출도 증가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 경기가 나빠져 간접 타격을 입을 가능성은 있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기본적으로 미 정부가 경기 진작책을 펼치면 우리 수출에도 플러스가 된다”면서 “아직 트럼프 정부가 보호무역이나 환율조작국과 관련해 한국을 직접 언급하진 않아 부정적 요인이 많진 않다”고 분석했다.

과거 미 금리 인상 시기 우리 경제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1999년부터 2000년까지 1차 인상기 평균 수출 증가율은 21.6%였다. 2차 인상기인 2004년부터 2006년에도 평균 수출 증가율은 16.2%, 평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4.2%였다.

홍석호, 우성규, 조효석 기자 will@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