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지에서 온 편지] 北 농아축구팀 감독 사역 감당 위해 하나님의 시간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입력 2017-03-17 00:12
북한농아축구팀 감독을 맡고 있는 이민교 선교사.

동역자 여러분에게 평안을 전합니다. 북한농아축구팀 감독을 맡고 있는 이민교 선교사입니다. 저는 북한농아축구팀을 호주에 초청해 경기를 준비하면서 4년 전 호주 영주권을 받았습니다. 이후 북핵 문제 등 정세 변화로 북한 사역이 어려워졌고, 한국 여권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지금은 호주 시민권을 받기 위해 호주에 살고 있습니다. 마침 제가 속한 선교회에서는 이를 감안해 지난해 비거주 선교사(선교지에 장기 거류가 어려워 타국에 거주하며 활동하는 사역자)로 임명해주었고요.

기도하기는 빠른 시일 내에 호주 시민권을 취득해 좀 더 자유롭게 북한농아축구팀 사역을 감당하고자 합니다. 일반적으로 호주 시민권을 받기 위해서는 호주 현지에서 2년 동안 체류해야 영주권 연장과 더불어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다고 합니다. 지난해 8월 호주에 도착했으니 아직 기다려야할 시간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고 하지만, 북한 장애인 사역을 시작으로 호주 시민권을 받기까지의 여정에는 ‘하나님 나라 시계가 돌고 있다’는 고백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호주에서 비거주 선교사로 살아가야만 하는 저에게 최근 두 가지 반응이 현실이 돼 찾아 왔습니다.

‘끝까지 격려하겠다’는 응원과, ‘선교사가 호주에 있다고요. 우리 교회도 어려운데 선교비 지원을 중단하겠습니다’ 라는 상반된 반응이었습니다. 많은 생각이 교차했습니다.

문득 ‘한센병 환자가 됐기 때문에 예수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표현했던 소록도 할머니들의 간증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그동안 “삶의 능력은 해석에 있다”고 설교해왔습니다. 그렇기에 ‘하나님 나라의 시계는 하루하루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에 쌓여간다’고 해석해 봅니다.

사명이 분명하지 않으면 지금의 시간은 방황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시민권 취득 이후 넘어야 할 분명한 사명이 있기에 지금의 시간은 분명 연단일 것입니다. 어떤 분이 그러더군요. “선교사가 있는 곳이 선교지 아닌가요.” 그분은 타일 붙이는 일을 하는데, 제가 시민권 받을 때까지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머물 장소를 리모델링 해주겠다고 제안하셨습니다. 매일의 삶이 은혜요 감사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호주 시민권을 얻으면 북한뿐 아니라 우즈베키스탄에도 가보려고 합니다. 우즈베키스탄은 제가 예전에 추방당한 곳으로 그 동안 갈 수가 없었습니다. 잘 버틸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통일을 깨우는 성령의 파수꾼으로 남을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호주 이민교 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