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보수정당, 대오각성해야

입력 2017-03-16 17:27
한국 보수정당의 처지가 말이 아니다. 국정농단사태 이후 끝이 어딘지 모를 정도로 추락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된 이후 자유한국당은 존폐를 걱정해야 할 위기에 몰려 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 이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도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보수 진영에서 10%대 지지율을 갖고 있는 대선 주자는 한 명도 없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상승세지만 야권 후보를 상대하기엔 아직 부족하다. 바른정당은 상황이 더 안 좋다. 5%를 넘는 후보가 없는 데다 내홍까지 겪고 있다. 정당 지지율은 정의당에도 밀리고 있다.

보수 측 유력 후보들이 잇따라 낙마하자 조기 대선이 야야(野野) 대결로 치러질 것이라는 관측이 더 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국민의당 후보가 대통령 자리를 놓고 승부를 벌일 것이라는 얘기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과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지지율을 합하면 70%대 중반에 달한다. 야권의 정당 지지율 역시 70%에 육박하고 있다는 점에서 근거 없는 전망이 아니다.

박 전 대통령과 친박 세력의 무능과 무책임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이 야권 후보에게 몰리는 현상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보수의 가치와 목소리를 담아야 할 정당의 몰락은 정치를 떠나 나라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진보와 보수는 새의 양 날개와 같다. 진영 논리에 빠져 상대를 배척해서는 안 되지만 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치게 되면 전 국민을 아우르는 정책이 나오기 쉽지 않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개개의 정치적 이득을 떠나 이 땅의 보수가 살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