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 개혁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입력 2017-03-16 17:27
검찰은 흔히 하이에나에 비유된다. 지난해 말 검찰의 국정농단 수사가 본격화되자 한 정치인은 이렇게 말했다. “비루먹은 강아지처럼 눈치만 보던 검찰이 이젠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대통령 주변을 파헤치고 있다.” 살아 있는 권력에는 충견처럼 복종하지만 민심이 돌아선 죽은 권력은 사정없이 물어뜯는 검찰의 속성을 빗댄 것이다. 검찰이 예상보다 빠른 2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전격 소환조사하기로 하자 법조계 안팎에선 ‘역시 검찰답다’는 반응이 많았다. 최정예 수사 요원을 투입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속전속결로 진행할 태세다. 검찰의 칼이 불소추 특권이 사라진 ‘죽은 권력’ 박 전 대통령을 정조준하고 있는 것이다. 민심을 업고 정의의 투사처럼 대변신을 꾀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10월 중순까지만 해도 검찰은 정권 눈치 보기에 바빴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자 검찰의 수사는 줄곧 한 발짝씩 늦었다. 미르·K스포츠재단과 관련된 고발이 접수된 지 한참 뒤에 이뤄진 사건 배당과 특수부가 아닌 형사부에 전담시킨 것, 고작 검사 3명에게 수사를 맡긴 것 등이 그랬다. 특별수사본부는 특별검사 도입이 가시화하자 나온 조치였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실체적 진실 규명에 힘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청와대 눈치 보느라 ‘늑장수사’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은 안중에도 없었다. 팔짱을 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후배 검사들이 다소곳이 손을 모으고 있는 사진 한 장은 검찰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김수남 검찰총장 등 현 수뇌부가 민감한 시기인 지난해 7∼10월 우 전 수석과 빈번하게 통화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검찰의 신뢰성은 또 한번 추락했다.

2014년 터진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 수사 때는 또 어떤가. 박 대통령의 ‘지라시’ 발언을 충실히 받들어 “문건 내용은 허위”라는 결론을 내린 장본인이 검찰이었다. 검찰이 당시 성역 없이 수사했다면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라는 지금의 불행은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검찰이 걸어온 69년의 역사는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정치 검찰’로 대변되듯 정권 보위 역할에 충실했던 것이 사실이다. 정권마다 검찰을 개혁하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언제나 용두사미에 그쳤다. 권력의 필요에 의해, 검찰 내부의 조직적 저항에 의해 개혁안은 매번 무산됐다. 국정농단 사태를 겪으면서 검찰 운영체계를 통째로 바꿀 수 있는 획기적 개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검찰 개혁의 핵심은 정치적 중립 견지와 무소불위의 검찰권 분산에 있다. 정치적 중립에 대한 해답은 인사 독립이다. 대통령-법무부장관-검찰총장으로 이어지는 현재의 고리가 존재하는 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롭게 ‘권력의 시녀’가 되는 검찰의 모습 역시 지속될 것임은 자명하다.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검찰 인사에서 청와대의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검찰총장추천위원회와 검찰인사위원회에 중립적 외부 인사를 늘리고 일반 국민과 외부 법률가의 상식적 판단이 반영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검찰총장과 검사장 선출제도도 전향적으로 검토돼야 한다.

막강하고 비대한 검찰 권력은 민주적으로 통제되고 분산돼야 마땅하다. 정치권 등에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가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지만 일본의 검찰심사회나 미국의 기소대배심 같은 검찰권에 대한 국민 견제 장치도 도입해 봄직하다. 대선 주자마다 공수처 신설, 수사·기소권 분리 등 대대적인 검찰 개혁을 외치고 있다. 누가 정권을 잡든 공약대로 실천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