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 위기의 시대에 교회는 마땅히 민족의 희망이 되어야 한다. 더 이상 부패하지 않는 세상, 살맛나는 이 땅을 만드는 소금의 역할을 하라고 존재하는 곳이 교회이기 때문이다. 또한 부정의와 거짓의 어둠이 짙어 우리를 정의와 사랑의 삶으로 인도하는 진리를 찾기 어려운 세상에서 빛으로 부름 받은 곳이 교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 우리 교회는 소금과 빛이 되지 못하고 있음을 아픈 마음으로 고백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교회가 위기라는 것이다. 오늘 교회의 위기는 신앙인들의 신앙인답지 못함 때문이다. 이는 기독교적 세계관에 입각한 신앙체계와 삶이 실천되지 못하는 현실로, 또한 공공 영역에서의 신앙공동체의 역할 부족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교회에 대한 대외 인식은 더욱 악화되고 대사회적 선교 역량의 한계를 노출하게 되었다. 교회의 위기는 시민사회를 비롯한 사회의 각 영역과 미디어를 비롯한 의미 있는 모든 문화 영역 속에서 기독교 복음의 핵심 담론이 소통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 핵심 담론이 소통되지 못한다는 의미는 곧 신앙인들의 삶이 복음이 이야기하는 것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의 반영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교회 안에서의 신앙생활과 함께 사회 참여에 대한 태도와 전략에 있어서도 지금까지의 내용과 방식을 반성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
신앙인이라 함은 하나님이 주신 생명 중심의 세계관과 가치를 믿고 그것을 삶으로 살아내는 사람을 뜻한다. 신앙이 좋다는 것, 신앙이 성숙해진다는 것은 하나님이 주신 생명을 귀히 여기고 사랑하는 영역이 더욱 넓어지고 그 실천이 보다 구체화되어 감을 의미한다(요 10:10). 그러므로 신앙인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어진 사람을 사람답지 못하게 하고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문화에 저항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과연 우리는 신앙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예수께서 “인자가 다시 올 때 믿음을 다시 보겠느냐”(눅 18:8) 하신 경고의 말씀이 바로 오늘 우리 교회와 신앙인들을 향한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전 인구의 5분의 1에 달하는 기독 신앙인들이 존재하는 이 사회의 가치관과 문화가 물신숭배와 쾌락적 소비문화로 가득하다면 우리의 신앙인됨을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할 것이다.
한국교회 위기의 근본원인은 신앙과 문화가 복음적 정체성에 확고하게 뿌리 내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십자가-부활의 신학보다는 기복적 번영신학이 범람하고, 십자가의 사랑이 말하는 하나님의 값비싼 은혜 아닌 천민자본주의와 야합한 값싼 은혜의 오염이 주된 요인이다. 신앙의 왜곡과 불신앙이 오늘 한국교회 위기의 핵심에 자리한다.
이 시대 교회와 신앙인들의 우선 과제는 물신숭배에 맞서는 일이다. 물신숭배는 오늘 우리 사회의 비극과 위기의 근본적 원인이다. 생명보다 돈이 중요하기에 원칙보다는 변칙을, 준법보다는 편법이 만연하고 있다. 우리는 이 세계가 얼마나 물신숭배로 만연돼 있는가를 밝혀야 하고, 이 우상적 문화로부터 돌이켜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구하는 교회와 그리스도인으로 거듭나야 한다. 예수생명 중심의 가치를 뿌리로 삼고, 하나님의 의로 올곧은 삶을 살아내 하나님 나라의 문화를 열매 맺을 때에라야, 교회는 진정 소금과 빛으로 이 땅의 희망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17년은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역사적인 해이다. 대한민국의 대통령도 새로 선출되는 전환기적 시점이다. 2018년은 대한민국 정부수립 70주년을 맞는 해이다. 우리 교회가 대한민국의 희망으로 세워짐이 우리의 신앙인됨, 교회됨으로부터 시작됨을 마음에 새기자!
임성빈 장로회신학대 총장
[바이블시론-임성빈] 위기의 본질과 대안
입력 2017-03-16 1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