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세상 죄를 지고 가는 어린양

입력 2017-03-17 00:03

19세기 영국의 설교가 스펄전 목사님이 교회당을 새로 건축해서 입당하기 전에 설교연습을 하러 새 예배당에 갔습니다. 당시에는 앰프가 없어 육성으로 설교를 했습니다. 전보다 훨씬 큰 예배당이어서 어느 정도로 목소리를 내야 뒤에 앉은 교인들에게까지 잘 들릴 수 있을지 테스트를 할 필요가 있었던 것입니다. 목사님은 사모에게 이곳저곳에서 듣게 합니다.

본문은 요한복음 1장 29절 말씀이었습니다.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양을 보라”고 외쳤습니다. 첫 번째에도 두 번째에도 약속한 사인이 오지 않아 점점 더 큰소리로 세 번째 소리를 외칠 때 사모의 응답을 받고 예배당을 나옵니다. 그때 지붕에서 페인트칠을 하고 있던 인부가 황급히 내려와 예배당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리고는 스펄전 목사님 앞에 와서 무릎을 꿇고 말했습니다.

“목사님, 제가 지금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방금 지붕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양을 보라’는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제 죄를 사해 주시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오늘 본문의 말씀은 세례요한의 외침입니다. 자신에게 세례를 받으러 오신 예수님을 향해 이분이 바로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양”이라고 소개하고 선언하는 대목입니다. 세례요한의 이러한 인식에는 모든 인간이 죄를 범했으므로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만이 인간을 구원하는 길이라는 선언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예수를 바라보면 구원을 얻는다는 진리를 담고 있습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봄으로 구원을 얻습니다. 마치 광야에서 불뱀에 물린 이들이 장대에 달린 놋뱀을 바라봄으로 살아난 것처럼,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를 바라봄으로 구원을 얻는 것입니다.

매클라렌이라는 설교자는 “설교자가 반복하고 반복해서 할 일은 어린양을 바라보라는 일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양만이 세상 죄를 이기는 권세와 권능이 있습니다. 빛 되시는 예수를 믿고 예수와 함께 사는 사람은 모든 죄에서 깨끗함을 받습니다. “그가 빛 가운데 계신 것같이 우리도 빛 가운데 행하면 우리가 서로 사귐이 있고 그 아들 예수의 피가 우리를 모든 죄에서 깨끗하게 하실 것이요”(요일 1:7)라고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주목하고 바라보는 것이 빛 가운데로 나아가는 믿음입니다.

요즘 사람들은 자신을 향해 죄인이라고 말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하나님이 계신다는 것도 믿지 않으려 합니다. 오직 이 세상은 인간이 지배하는, 인간만을 위한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의 고집이요, 죄악입니다. 이러한 인간들은 자신을 죄인으로 인정하기 싫어하기에 예수님을 바라보지 않습니다. 십자가를 바라보지 않습니다.

고난주간과 부활절이 있는 새봄을 맞이하면서 무엇보다 세상 죄를 지고 가신 예수님, 나를 위해 이 땅에 오시고 나를 대신해 십자가를 지신 그 예수님을 더욱 깊게 묵상하고 바라보는 시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아멘.

황남길 목사(서울 목양제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