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포커스] 10년 전보다… 한국사회 더 ‘불신의 늪’

입력 2017-03-16 05:00

“한국은 10년 전보다 나아졌는가?” 이 질문에 우리 국민은 노(No)라고 답했다. 포용과 신뢰, 역동성, 희망, 협조 등 사회통합의 5가지 영역에서 오히려 10년 전이 더 나았다고 평가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15일 ‘사회통합 실태 진단 및 대응 방안’ 보고서를 내고 지난해 6, 7월 전국 성인 3667명을 대상으로 사회통합 인식 수준을 평가한 결과 평균 4.18점(10점 만점)에 그쳤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포용·신뢰·역동성·희망·협조 등 5가지 영역에서 과거(2006년)와 현재(2016년) 미래(2026년)의 우리 사회를 평가하도록 했다. 응답자들은 ‘포용’ 영역에서 현재 우리 사회에 평균 3.79점을 줬다. ‘배려와 포용의 사회’(10점)보다는 ‘차별과 소외가 심한 사회’(0점)에 훨씬 가깝다는 평가다. ‘신뢰’에서는 평균 3.80점이 나왔다. ‘서로 믿고 살아가는 사회’(10점)보다는 ‘서로 믿지 못하고 의심하는 사회’(0점)에 가깝다는 것이다.

‘역동성’은 평균 4.03점으로 다른 영역보다 높은 점수가 나왔으나 여전히 ‘활력 있고 희망찬 사회’(10점)보다는 ‘활력 없고 침체된 사회’(0점)에 가까웠다. ‘희망’은 평균 점수가 3.76점으로 조사 대상 5개 영역 중 가장 낮았다. ‘경제적 희망,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는 사회’(10점)는 요원하고 ‘경제적 불안, 미래에 대한 불안이 가득한 사회’(0점)로 보는 것이 더 맞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협조’는 평균 3.85점으로 ‘서로 의견을 경청하고 이해하려 노력하는 사회(10점)’보다 ‘자기 주장만 내세우고 남을 배려 않는 갈등이 심한 사회(0점)’에 더 근접한다고 봤다.

응답자들은 10년 전의 우리 사회에 대해 현재보다 훨씬 후한 점수를 줬다. 2006년 한국 사회의 포용·신뢰·역동성·희망·협조 등 5개 영역에 대한 평가는 현재보다 각각 1.23점, 1.47점, 1.27점, 1.38점, 1.19점 높았다. 똑같은 5개 영역에 대해 10년 후인 2026년 한국 사회 전망에 대해서는 현재보다 각각 0.23점, 0.11점, 0.53점, 0.56점, 0.29점 높게 주는 데 그쳤다. 미래에도 그리 나은 세상이 되지는 않으리라 생각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왜 우리는 현실이 과거보다 더 나빠졌다고 인식하게 됐을까. 전문가들은 10년 전보다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해지고 양극화와 불안정성이 심화된 점, 정치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 등을 근본적인 사회통합 저해 요소로 꼽았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10년 전이 지금과 다른 결정적 요인은 이명박-박근혜정부가 등장하기 전이라는 것”이라면서 “지난 10년간 2명의 대통령을 겪으면서 희망보다 심각한 절망에 빠졌다”고 했다. 지나친 경쟁주의와 양극화, 노인빈곤율 상승 등 세대를 초월해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희망적 미래보다 오늘보다 못한 내일이 올 거라는 절망적 예측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국민의 불신은 서로에 대한 불신이라기보다 국가, 본질적으로는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라며 “삶이 나아지려면 결국 정치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글=민태원 임주언 기자 twmin@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