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 인체감염 가능성 적다지만 정부 대책 곳곳 ‘부실’ 노출

입력 2017-03-19 20:03 수정 2017-03-20 16:12
계란 가격 걱정에 이어 닭고기나 오리고기를 먹으면서도 혹시 모를 두려움을 느끼게 됐다. 바로 조류인플루엔자(AI)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AI는 각지 농가에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 특히 중국에서 최근 AI 인체감염 발생 사례가 급증하면서 국민 불안이 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그동안 별다른 대책 없이 손을 놓고 있다가 최근에서야 늑장 대처에 나서 빈축을 사고 있다.

먼저 AI와 같은 감염병 위기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감염병예방법이 지난 2010년에 개정·시행됐지만, 보건복지부는 이로부터 6년이 지난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감염병 위기관리대책’을 수립했다. 또한 복지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감염병관리위원회는 AI가 발생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단 한 번도 소집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감염병에 대해 연구하고 전문가를 양성·교육하는 법정 감염병연구병원은 국내에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5년 12월 감염병예방법 개정에 따라 복지부는 감염병연구병원을 의무적으로 기존 병원들 중 지정하거나 별도로 설립해 운영해야 한다. 이에 국립중앙의료원을 감염병연구병원으로 지정했지만, 이전 작업 중으로 아직 완공되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현재로서 AI 인체감염을 집중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기관은 전무한 셈이다.

문제는 늑장 대처뿐만이 아니다. 뒤늦게 수립된 감염병 위기관리대책의 AI 예방·대응법은 조류인플루엔자 발생국가에서 가금류 및 환자와 접촉 후 몸에 이상증상 발생시 보건당국에 신고하기, 가금류를 이용한 음식물은 반드시 익혀먹기 등으로 권고 수준에 불과했다. 현재 진행 중인 대응으로는 중국 여행객을 대상으로 출국시 주의 당부와 입국시 발열감시, 건강상태 질문서를 징구하고 있는 정도다. 하지만 AI 인체감염 우려가 점차 커져감에 따라, 보다 구체적인 예방책 및 체계적인 대응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질병관리본부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내에서 유행하는 H5N6형, H5N8형과 국내 야생철새 분변에서 확인된 H7N9형은 인체감염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AI 특성상 계속 변이를 거듭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한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현재로서 국내에서 유행하는 AI로 인한 인체감염도, 중국에서 유입되는 AI로 인한 인체감염 둘 다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의 확실한 대응체계가 마련되지 않는 이상, AI 인체감염은 제2의 메르스 사태를 부를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AI 관련 안건으로 감염병관리위원회를 소집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3월 말에 개최할 계획이다”며, “AI 인체감염 관련 위기분석에 대해 자문을 나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국립중앙의료원 외에 권역에도 감염병전문병원을 1개소 정도 계획하고 있다. 현재 설계비는 받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또한 AI 인체감염 관련 연구는 질병관리본부에서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질본 관계자는 “AI가 계속 변이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족제비 실험 외에도 추가적으로 실험이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며, “H7N9형의 경우 인체감염된다는 게 확인됐기 때문에 사람에게 얼마나 치명적인지, 약은 잘 듣는지 등을 중국, WHO와 협조해서 계속 연구를 진행해나갈 예정이다”고 밝혔다.

박예슬 기자 yes22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