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치과대학을 졸업한 김재석(33·가명)씨는 요즘 고민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거주비를 포함해 학부생활, 의과대학을 포함해 약 8년 간 유학하며 10억 가까운 돈을 투자했지만, 트럼프 반이민정책이 강화되면서 병원에 취직할 수 있는 비자를 받는 것이 더 까다로워져 귀국행렬을 택해야 할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미국에서 의사시험에 합격해 병원을 들어가야 하는 유준혁(29·가명)씨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병원에 서 일하기 위해 받는 ‘취업비자(H-1B)’ 발급을 받는 것은 절차도 까다롭고 경쟁이 치열하다. 병원에서는 외국인 의사의 취업비자를 발급해주기 위해 스폰을 해야 한다. 문제는 병원 입장에서도 경제적 부담이 커져 외국인 유학생을 상대적으로 기피할 수 밖에 없다. 그나마 학술교류(J1)을 받으면 되는데 이 마저도 기간이 한정돼 있다. J1은 취업비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트럼프의 반이민정책으로 인해 취업비자나 병원 스폰을 받는 것이 더욱 까다로워졌다”며 “유학비로 수억여원을 들였지만, 이제는 낙동강 오리알이 됐다. 한국으로 가서 국가고시를 봐야할지 고민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의사가 되기 위해 부푼 꿈을 안고 간 유학생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으로 유턴을 고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의 ‘2016년 국외 한국인 유학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으로 학위과정과 어학연수, 교환학생 등을 포함한 고등교육과정 한국인 유학생이 미국 6만3710명으로 전체 28.5%에 달했다. 이중 상당수가 비자를 받지 못하면 한국행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서 IT, 제조업, 서비스 등 전 분야에 거쳐 많은 외국인들이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 그 중 미국은 외국인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인력의 의존도가 높은 편에 속한다. 미국 의대 졸업생들이 기피하지만 반드시 필요로 하는 전공분야나, 촌 등의 지역 등에서 일을 하기 위해 수많은 외국인들이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미국에서 공보의로 활동하는 외국인들의 빈도도 높은 편이다.
반이민정책으로 인해 유학생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2차 반이민 행정명령에는 외국인 유학생의 미국 취업을 위한 OPT 제도가 폐지되고, 취업비자(H-1B) 발급을 줄이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학생 인터넷 커뮤니티는 ‘미국에서 스폰을 받고 병원에서 일을 하기도 어렵게 됐다’ ‘수억원을 투자했지만 헛수고가 될까봐 두렵다’ ‘한국에서도 의사가 하기 힘든데 돌아갈 수 있을지 고민이다’ 등의 글들이 올라왔다.
이들이 한국에 돌아와도 문제다. 그나마 미국이나 서유럽 등의 선진국에서 의대나 치과대를 나온 유학생들은 다행인 편이다. 동유럽 등에서 유학을 한 뒤, 미국에서 의사를 계획했던 학생들 중 일부는 미국의 상황이 어려워지며 한국으로 돌아오려고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한국에 돌아와도 국가고시를 치를 자격이 주저지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이하 국시원)에서 인증한 의과대학을 졸업한 학생에 한해 예비고시, 의사 국가고시를 치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한 유학생은 “비록 미국에서 유학을 했지만, 한국에 돌아가도 두려움이 있다”며 “트럼프 반이민정책 이후 유턴하는 학생들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동일한 기회를 받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윤형 기자
트럼프 반이민 정책에 미국유학 의대생들 유턴 고민
입력 2017-03-19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