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들의 통증은 흔하면서도 고통스러운 증상 중 하나다. 통증은 잘 치료하면 80∼90% 이상 호전될 수 있지만, 약물복용 내성이나 중독 등 부작용 우려로 처방을 꺼리는 이들이 많다. 특히 치료약물 중 하나인 ‘마약성 진통제’는 ‘마약’이라는 단어 특성상 거부감까지 일으킨다. 전문가들은 통증을 참지 말고 치료받아야 한다며, 마약성 진통제에 대한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병건 인하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일부 암 환자들이 암 치료에 영향을 받을까봐 통증치료를 안 하고 참으려고 하는데, 통증치료는 암 치료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마약성 진통제는 통증 조절약물이라 암세포 전이 등 암과 관련된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을 뿐더러, 사용시 확실히 효과가 좋기 때문에 복용하는 게 권장된다”고 말했다.
물론 통증치료에 있어 무조건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하는 건 아니다. 약물요법 초기에는 비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한다. 비마약성 진통제로 큰 효과가 없으면 진통 보조제를 병행해 사용하고, 그래도 통증 조절이 안 되면 마약성 진통제로 넘어가게 된다. 단 이때 내성 문제는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일단 저용량부터 시작하는 것이 권고된다. 김 교수는 “암성 통증환자라면 우선 비마약성 진통제를 드셔보고 호전이 안 되면 의료진과 상의 후에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해야 한다”며 “마약성 진통제 종류는 여러 가지가 있다. 약을 바꿨을 때 내성이 생길 수도 있고 안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용량을 계속 조절하면서 복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부작용으로 변비가 생길 수는 있다. 마약성 진통제가 장운동을 억제하기 때문. 김 교수는 “어떤 약이든 부작용은 있을 수 있는데, 마약성 진통제는 변비가 가장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경우에 따라 졸리거나 속이 미식거리는 오심, 구토 등도 있을 수 있다”며 “암 치료와 관련한 부작용은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해외에서 남용으로 인한 사망 사례와 관련 김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진이 처음부터 마약성 진통제를 쓰거나 용량을 크게 올리진 않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건 아니다. 최근에는 빨아먹는 약도 있고 패치처럼 붙이는 약, 코에 뿌리는 약 등 다양한 종류로 나오기 때문에 통증이 극심할 때는 남용 우려보단 통증 조절부터 빨리 하는 게 먼저”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김병건 교수는 마약성 진통제의 용어 변경 등 인식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이름 탓에 부정적인 소지가 있다보니 ‘아편 유사제’로 대체 사용하고 있지만, 이 마저도 ‘아편’이라는 단어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현재 통증학회 차원에서도 마약성 진통제 대신 ‘오피오이드 진통제’로 사용하기를 권장하고 있다”며 “용어 변경을 비롯해 암성 통증 진통제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예슬 기자 yes228@kukinews.com
[암과의 동행] “참는 게 답 아닌데”… 암환자 ‘마약성 진통제’ 인식개선 필요
입력 2017-03-19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