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에만 맡겨 둔 대통령기록물 이관… 파기·은닉해도 견제수단 없다

입력 2017-03-15 21:05
대통령기록물(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을 생산기관이 무단으로 파기하거나 은닉하더라도 이를 견제할 수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준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장은 15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무단파기 시) 대통령기록물법에 징역이나 벌금 등 강력한 처벌규정이 있다”면서 “생산기관에서 함부로 법을 어기는 일을 하지 않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장은 “각 생산기관에 무단으로 기록 파기하면 안 된다는 공문을 보냈기 때문에 해당 기관도 이를 충분히 알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무단파기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생산기관에서 법에 따라 준비하고 이관한다”며 사실상 방법이 없다고 시인했다. 대통령기록관은 생산기관이 대통령기록물을 분류해 목록과 함께 넘겨주면 이관 받아 관리할 뿐 일부 기록물이 파기되더라도 목록에 없으면 이 사실을 알 수 없다.

이 관장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대통령기록물 지정권한이 있다는 점도 재차 확인했다. 지정기록물로 지정되면 최장 15년까지는 열람이 엄격히 제한된다.

그는 지정기록물 남발 우려에 대해서는 “대통령기록물법에 어떤 기록물을 지정할 수 있는지 규정돼 있어 생산기관에서 법에 따라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정기록물을 만약 제3자 등 외부 검증을 거친다면 그것은 지정기록물 자체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장은 다만 “이관작업을 마친 이후 법적으로 미비한 부분들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분석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기록관은 대통령 파면이 결정된 지난 10일 청와대 측과 대통령기록물 이관에 대해 협의했고 13일부터 일부 직원이 파견돼 이관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통령기록관은 차기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하기 전까지 대통령기록물의 이관을 종료할 계획이다.라동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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