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이 국회 정치발전특별위원회 위원 자격으로 개정을 요구한 법조항은 공직선거법 91조 1항이다. 박 의원은 이 법조항 등을 위반한 혐의로 1심 재판에서 의원직 상실형인 벌금 100만원보다 낮은 벌금 90만원을 선고받았다. 법조항은 ‘공개장소에서의 연설, 대담장소 또는 대담·토론회장에서 연설·대담·토론용으로 사용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선거운동을 위하여 확성장치를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15일 “이 조항은 선거운동의 자유가 보장돼야 하지만 일반 국민의 평온한 일상을 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지난 9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특위 제1소위 회의에서 “지지 호소라는 (선거운동의) 범위를 정해 놓은 규정이 없기 때문에 (공직선거법에) 구체적으로 (위반 사항을) 명시하지 않으면 전부 다 불법”이라며 법 개정을 거듭 주장했다. 민주당 소속인 1소위 유승희 위원장도 “제가 이해가 된다”면서 “이런 악법 때문에 국회의원의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거들었다. 유 위원장은 “이것은 위헌”이라고도 했다.
현직 의원이 아닌 예비후보자들이 임기 내내 홍보 활동을 할 수 있는 현직 의원에 비해 불리한 상황이라는 주장은 일부 사실이다. 그러나 이 법조항은 현직이든 정치신인이든 가리지 않고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마이크 등 확성 장치를 사용한 의례적인 인사말은 누구나 가능하다. 제한된 장소가 아닌 곳에서 확성 장치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했을 경우 처벌 대상이 된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당시 회의에서 이의를 제기했다. 박덕흠 의원은 법 개정을 몰아간다는 취지로 유 위원장을 향해 “자꾸만 압력을, 막 화를 내시고 의견개진을 하는 것을 갖고 이렇게 나무라는 식으로 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전희경 의원도 충분한 토론을 요구했다.
1·2소위로 나눠진 정치발전특위는 법안 심사권은 없지만 소위 회의 등을 거쳐 모아진 의견을 토대로 선거법 개정안이 만들어진다. 국회 관계자는 “법 위반 혐의를 받는 당사자가 개정 의견을 강력히 주장하는 것은 위법은 아니다. 하지만 정치적, 도덕적 문제는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재호 의원은 “지난해 6월 특위 위원에 선임됐으며 재판에 영향을 끼치려는 의도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법조계에선 박 의원 주장대로 법 개정이 이뤄지더라도 소급 적용은 되지 않지만 향후 재판 과정에서 형량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을 우려했다. 심경수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만약 법 개정이 이뤄지면 재판부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해당사자가 해당 법조항을 개정하려는 것은 부당하며 권력분립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신평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누구도 자기 자신의 심판자가 될 수 없다”며 “법 개정 이익이 자기 자신에게 돌아가는 당사자가 법 개정에 참석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단독] “이익 받을 의원, 법 개정 관여 적절치 않다” 지적
입력 2017-03-15 1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