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보수 진영이 아노미 상태에 빠졌다. 황 권한대행이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수 정당 주자 1위를 기록해 왔던 만큼 충격이 크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즉각 ‘황 권한대행 배려용’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경선 특례규정을 없애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한국당 지도부는 15일 황 권한대행의 불출마 선언 직전 선거관리위원회와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잇달아 열고 관련 대책을 논의했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본인의 결단 아니겠느냐. 어떻게 하겠느냐”고 말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도 “황 권한대행 본인이 대권 도전 의지를 가지지 못한 것으로 해석한다”고 했다. 한국당은 공식 논평에서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을 존중한다”고만 말했다.
한국당 내에서 황 권한대행은 ‘대선 역전’을 기대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카드로 인식돼 왔다. 안정감 있는 이미지로 탄핵 정국 속에서도 주요 여론조사에서 10% 안팎의 지지율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특히 공안검사 출신이자 국무위원 경험 등 보수 유권자가 좋아할 요소를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황 권한대행의 불출마로 한국당의 대선 경선 구도는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당내에서는 대선 출마를 예고한 홍준표 경남지사가 황 권한대행의 빈자리를 채울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홍 지사는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강연에서 “세계가 스트롱맨(강력한 지도자) 시대다. 한국도 이제는 ‘우파 스트롱맨’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스트롱맨’ 이미지를 가진 자신이 보수 후보의 적임자임을 강조하며 황 권한대행 지지층 흡수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황 권한대행 지지율을 홍 지사 등 나머지 한국당 후보가 온전히 흡수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보수층 표심이 개혁 보수를 지향하는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와 중도 성향의 안철수 국민의당 전 공동대표로 분산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당 내부에서는 김황식 전 국무총리 등 다른 깜짝 후보를 등판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들린다.
황 권한대행 불출마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일부 있다. 한국당 대선기획단 소속 한 의원은 “집권여당이었던 우리 당이 막중한 책임을 맡은 대통령 권한대행의 출마를 부추긴다는 역설적인 상황에서 벗어났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즉각 경선 룰을 수정했다. 예비경선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도 본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했던 특례규정을 없앴다. 이 규정은 당내 후보 다수가 황 권한대행에 대한 특혜라며 반발해 왔던 규정이다. 당초 15일 오후 3시로 예정됐던 경선 예비후보 등록 마감시한도 16일 오후 9시로 연장키로 했다. 경선 불참을 예고했던 이인제 전 최고위원과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입장을 바꿔 경선에 참여하겠다고 했다. 다만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보수 재건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며 경선 불참을 선언했다. 바른정당은 황 권한대행 불출마에 대해 “상식적인 결정이며 당연한 것”이라며 환영했다.
글=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다크호스’ 빠지자… 한국당 ‘멘붕’
입력 2017-03-15 18:18 수정 2017-03-15 2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