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톡!] 곁에서 본 ‘개똥벌레’ 스타, 마음 따뜻한 ‘엄마’

입력 2017-03-16 00:03 수정 2017-03-17 14:14
가수 신형원 권사가 지난달 23일 알바니아 디브라 주의 월드비전 사업장에서 한 현지 아동을 안고 있다.

국민가요 ‘개똥벌레’를 부른 가수 신형원 권사와 7일간 동행했습니다. 분당우리교회(이찬수 목사) 권사인 그는 소탈했고 따뜻했고 독실했습니다. 특히 유머가 있었습니다. 지난달 20∼27일 국제구호개발NGO 월드비전의 ‘밀알의 기적’ 캠페인 방문단 일원으로 함께 알바니아를 방문했습니다. 그는 월드비전 홍보대사입니다.

신 권사는 비행기 출발 직전 인천공항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일행이 모두 모였는데 신 권사만 늦게 나타났습니다. 몸이 불편해서 늦었다고 했습니다. 이유를 알고 보니 의리가 있는 분이었습니다. 1년 전쯤 큰 자동차 사고를 당해 차는 폐차하고 허리 통증으로 고생하고 있지만 그 전에 약속을 했던 터라 따라나섰다고 했습니다. 일부러 한 달 동안 걷기 운동도 했답니다.

신 권사는 불교 집안에서 태어나 결혼 후 남편 덕분에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은 2006년 분당우리교회를 다니며 제대로 만났습니다.

“여러 교회에 가본 뒤 마지막으로 분당우리교회에 갔어요. 처음에는 별 기대를 안했어요. 그런데 첫날부터 설교에 빠져들면서 계속 눈물이 나더라고요”라고 했습니다.

신 권사는 개똥벌레가 대박 난 것도 하나님의 은혜라고 했습니다. “1987년 개똥벌레가 인기를 조금 끌자 MBC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에서 자꾸 출연해 달라는 거예요. 나는 애기 볼 사람이 없어 안 된다고 했지. 그런데도 나와 달라고 해서 무대에 설 때 스태프에게 아기를 맡기고 무대에 오르곤 했어요.”

신 권사는 “코디도 매니저도 없이 청바지에 티셔츠 입고 무대에 섰는데도 반응이 폭발적이었다”며 “그때도 가수들이 공중파 방송에 출연하는 건 정말 어려웠다”고 했습니다.

신 권사는 일정 중에 디브라 주의 중심도시 페슈코피에 있는 월드비전 사무실에서 후원 아동 데니스(8)를 만났습니다. 그때 신 권사의 표정은 ‘모성 가득한 엄마’였습니다. 그는 이날 아침부터 화장하고 립스틱을 바르고 부산을 떨었습니다. 데니스에겐 남색 점퍼, 슈퍼맨 가방, 학용품까지 선물을 한 아름 안겼습니다.

신 권사는 ‘건강 전도사’였습니다. 가수는 몸 자체가 악기라 건강을 챙기는 게 당연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주변 사람 건강도 챙깁니다. 정유신 월드비전 경기북지역 본부장에게 “살 좀 빼라. 당뇨 협심증은 없냐”고 겁을 줬습니다. 아침식사 때 크루아상을 먹는 손제덕 월드비전 대리에겐 “설탕 덩어리다. 먹지 마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일정 상 제때 점심을 못 먹자 “햄버거라도 사 먹자”고 해 웃음을 선사했습니다. TV 밖에선 너무나 인간적인 국민가수, 참 인상 깊었습니다.

페슈코피(알바니아)=글·사진 전병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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