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뺀 3당, 개헌 매개로 ‘문재인 고립작전’

입력 2017-03-15 17:33 수정 2017-03-15 21:25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한 3당이 제19대 대선 당일(5월 9일) 개헌안 국민투표를 동시 실시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하지만 의결정족수인 200석 확보 여부가 불확실해 개헌안이 실제로 국회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갑작스러운 3당 합의는 개헌에 부정적인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반문(반문재인) 연대’ 불 지피기라는 평가가 많다.

한국당 정우택, 국민의당 주승용,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국회 개헌특위 각 당 간사들은 15일 오전 국회에서 조찬회동을 열고 대선 투표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키로 합의했다. 또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 도입, 차기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한 뒤 2020년 제7공화국 선포 로드맵도 추진키로 했다. 이들은 세부내용을 담은 개헌 최종안을 이번 주 중 확정하겠다는 방침이다.

3당의 합의안 도출은 문 전 대표에 대한 ‘고립작전’으로 해석된다. 문 전 대표는 개헌에는 찬성했지만 임기 단축에는 반대 입장이다. 3당이 임기 단축에 합의하면 문 전 대표를 ‘집권에만 관심이 있다’며 공격할 근거를 만들어낼 수 있고, 개헌 세력들을 결집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 역시 타격이 예상된다. 안 전 대표도 문 전 대표와 함께 임기 단축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국민의당이 되레 자당 유력 대선주자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이를 의식한 듯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주 원내대표에게 구체적인 보고를 받지 못했다”며 “대선 전 단일안을 만들어 200석을 확보하는 건 어렵다고 본다. 대선 후보들이 공약해 내년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로 확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한발 물러섰다.

이들 3당은 소속 의원의 서명을 받아 다음주 중 개헌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현재 자유한국당(93석) 국민의당(39석) 바른정당(33석) 의석을 합하면 165석이어서 발의정족수(150석) 확보는 가능하다. 하지만 개헌안이 발의되더라도 국회 문턱을 넘기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의결정족수(200석) 확보에 필요한 민주당 의원들의 참여가 불투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개헌특위 간사인 김동철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개헌 관련 합의에 대해 “국민의당과 민주당 개헌파가 주도하고,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동참키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한 개헌파 의원은 “충분한 논의 없이 발의부터 서두르면 개헌 논의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민주당은 이번 합의가 개헌 카드를 활용해 조기대선 정국에서 ‘문재인 대세론’을 흔들려는 정략적 시도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여름 밤의 꿈같은 일”이라며 “원내 1당인 민주당을 빼고 자기들끼리 개헌한다고 모이면 개헌이 되겠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글=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