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오바마의 ‘아시아 중시’ 안쓴다

입력 2017-03-15 18:2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임 버락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 중시(Pivot to Asia)’ 정책 용어 사용을 중단키로 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정책 폐기 가능성과 함께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정책 공백(policy vacuum)’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디펜스 뉴스 등 미국 언론은 수전 손턴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을 인용, 전임 정부의 아시아 중시(재균형)라는 정책 용어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손턴 대행은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한·중·일 3국 첫 공식 방문 관련 브리핑에서 아시아 중시 정책과 관련한 질문에 “‘중시(pivot)’ ‘재균형(rebalance)’ 용어는 전임 행정부의 아시아 정책을 설명할 때 사용한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자체적인 정책을 가질 수 있겠지만 실제로 어떤 내용일지는 아직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새로운 아·태 정책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아시아 중시 정책이 폐기되면서 큰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손턴 대행은 그러나 대아시아 정책의 틀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아시아에 적극 개입해 공정하고 자유로운 무역을 추진하고, 특히 국제사회의 경제제재에도 미사일 발사시험을 강행하는 북한의 위협을 해소한다는 원칙은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손턴 대행은 “미국은 북한 등 역내 안보 위협에 계속 대응하고 있으며, 건설적이고 평화적이며 안정적인 질서를 아시아에 정착시키기 위해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무부의 이런 입장은 틸러슨 장관의 한·중·일 3국 방문을 하루 앞두고 나온 것이어서 틸러슨이 향후 어떤 발언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손턴 대행은 다만 “(틸러슨 장관이) 순방에서 건설적이고 성과 기반 관계를 마련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제재 발표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현지 언론들은 미국의 군사·경제적 초점을 중동에서 아시아로 옮기려는 ‘아시아 중시’ 정책이 최근 중국, 북한 등과의 잦은 마찰로 인해 도전받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