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측이 최순실씨의 범행은 개인적 이권 야욕에서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반면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된 자신의 공무 수행은 순수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실장 측 변호인은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부장판사 황병헌)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의견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변호인은 “대통령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념 문제 등을 고려해 내린 정책 결정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문화체육관광부 1급 공무원의 사직을 강요한 혐의와 관련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례를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반대한 법무부 장관 등을 해고했다. 이런 행위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는 주장은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대중·노무현정부의 대북 햇볕정책처럼 각 행정부에는 나름의 국정 철학이 있다고도 했다.
김 전 실장 측은 “특검에 의해 정치적으로 희생됐다”며 “김 전 실장의 공무 수행은 최씨와 전혀 관련 없고 공모관계도 없다”고 주장했다. 블랙리스트 작성·운용은 진보를 완전히 배제하려 한 게 아니라 균형을 유지하려 한 것이었고, 자유민주주의 기본 질서라는 헌법 가치를 이루기 위한 활동이었다고도 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블랙리스트는 이념에 따른 정책 집행과는 무관한 정파적 편가르기였다고 지적했다. 자유민주적 국가에서 상상할 수 없는 사전 검열 등이 있었고 이를 따르지 않았을 때 어떤 보복조치가 있었는지 등이 쟁점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1급 공무원 사직과 관련해 “최상위 권력자가 자의적인 인사권을 행사한 게 직권남용이 아니면 어떤 게 직권남용이냐”고 반문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김기춘 “崔는 이권야욕… 블랙리스트는 순수한 마음”
입력 2017-03-15 18:27 수정 2017-03-15 2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