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정유라 獨 정착 도운 ‘崔의 집사’ 데이비드 윤, “휘슬러 독점권 주겠다” 사기 전과자

입력 2017-03-15 18:25
최순실·정유라 모녀의 독일 정착을 도운 핵심 측근으로 알려진 데이비드 윤(한국명 윤영식·49)씨가 독일 유명 주방용품 기업 휘슬러의 국내 독점판매권을 빙자한 사기 행각으로 국내에서 복역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윤씨는 자신의 아버지부터 2대에 걸쳐 최씨의 자산을 관리한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미완이라 자평한 수사를 온전히 끝내려면 최씨의 해외 은닉재산 여부를 반드시 파헤쳐야 한다는 여론이 크다.

15일 국민일보 취재 결과 윤씨는 2007년 상반기 국내 생활용품 무역업체 S사와 W사를 상대로 “독일 휘슬러로부터 대한민국 시장 독점판매권을 위임받아 휘슬러 제품을 독점 공급하겠다”고 거짓말을 해 2억3000만원을 받아 편취했다. 윤씨는 휘슬러 제품을 국내에 공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윤씨는 S사 대표를 상대로는 3년간의 독점 공급을 약속하면서 다른 회사에 납품됐던 휘슬러 제품 재고를 처리해야 한다며 수수료 명목으로 3300여만원을 따로 받아내기도 했다. 윤씨는 S사로부터 거액을 받은 뒤 W사를 또다시 속였다. W사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S사와 계약한 사실이 없다” “분쟁 해결을 위한 비용으로 7000만원을 빌려주면 휘슬러 제품을 독점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해 주겠다”고 재차 거짓말을 한 것이다. 결국 서울중앙지검은 2011년 3월 윤씨를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윤씨는 2012년 5월 서울중앙지법 1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윤씨의 범행으로 인한 피해액의 규모가 큰데도 피해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점을 무겁게 받아들였다. 윤씨가 모든 사실관계를 다투며 항소했지만 같은 해 10월 기각됐다. 윤씨가 휘슬러의 국내기업 특판제품 판매를 공동 추진하기로 한 사실이 있을 뿐 독점공급권을 받은 사실은 없었다는 게 2심의 결론이었다.

윤씨는 당시 독일에서 광고대행과 국제무역업을 하는 듀얼컴 유한회사(Dualcom GmbH)의 대표이사였다. 독일 기업정보업체 등에 따르면 이 회사는 1999년 11월부터 2006년 11월까지 사광기 전 세계일보 사장이 운영했다. 윤씨는 복역 중 사씨의 아들에게 “박(근혜) 후보가 선거에서 이겼다. 대통령 취임 이후에 우리는 엄청난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다” “나의 부친은 이제 한국 대통령의 삼촌이 된 것이다” “최(순실) 원장과의 관계가 더욱 중요해졌어” “새해에는 ‘드림팀’이 성공했으면 좋겠다”는 등의 서신을 써 보냈다.

이 서신은 국정농단 사태 이후 사씨의 인척에 의해 공개돼 독일 교민사회에 ‘옥중실록’이라는 이름으로 퍼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가 이미 재판에 넘겨졌지만 그가 연관된 독일 법인들을 중심으로 은닉재산을 계속 조사해야 한다는 여론은 여전하다. 윤씨는 비교적 최근까지도 최씨의 딸 정씨가 탄 차량을 직접 몰았다는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현재 독일에서도 외부 연락을 끊고 종적을 감춘 것으로 전해진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