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2009년 특가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환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의 대질신문을 시도했다. 박 전 회장은 노 전 대통령에게 돈을 건넸다고 진술한 상태였고, 노 전 대통령 소환 당시 대검찰청에 와 있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 측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가 아니라며 거부했고, 결국 대질은 이뤄지지 못했다. 노 전 대통령과 박 전 회장은 간단히 인사만 주고받았다.
당시 검찰은 대질조사의 의미를 부드럽게 설명했다. 서로의 진술이 엇갈리는 부분을 잡아내려는 목적이 아니며, 군데군데 불완전한 기억을 상기하는 작업을 돕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목적의 수사 기법은 이번 국정농단 사태 수사 때에도 빈번하게 동원됐다. 조사 당사자가 과거를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기억이 부정확하면 검사가 통화를 시켜줬고, 자리에 동석케 하는 경우도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리인을 통해 검찰의 수사 내용에 대해 “환상의 집을 지었다”고 비난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로부터 파면을 선고받은 이후에도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국정농단 사태 수사 내용의 공정성을 부정하는 만큼 소환에 응하더라도 대부분의 혐의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15일 검찰은 조사 절차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다만 박 전 대통령 대면조사가 성과로 이어지려면 대질신문이 필요할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박 전 대통령이 기억하지 못하거나 부인하는 수사 내용에 대해 검찰이 이미 확보한 사실관계를 고지하는 작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미 박 전 대통령과의 공모 혐의로 수감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등이 박 전 대통령의 기억을 되살릴 이들로 꼽힌다. 안 전 수석의 경우 박 전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꼼꼼히 기록한 수첩이 큰 물증이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이른바 ‘제3자 통화’가 고스란히 녹음된 파일을 정 전 비서관의 휴대폰에서 확보하기도 했다. 다만 노 전 대통령의 선례처럼 박 전 대통령 역시 예우 문제를 언급할 가능성도 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檢, 朴 부정확한 기억 상기 위해 안종범·정호성과 대질 가능성
입력 2017-03-16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