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새벽 5시 50분. 서울 강남구 논현로 광림교회(김정석 목사) 웨슬리관에 노인들이 한 명 두 명 들어섰다. 미명(未明) 속에서 나타난 이들은 두꺼운 옷차림에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었다. 커다란 배낭을 둘러멘 어르신도 보였다.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이들에게 큰 소리로 인사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광림교회 사회사업위원회(위원장 신동우 장로) 회원 6명이었다. 이들은 팥빵과 유자·한방차, 성경 말씀이 적힌 사탕 꾸러미와 음료수, 용돈 등 선물(사진)을 준비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한 사람씩 도착하자 이름을 일일이 확인했고 선물을 전달했다. 노인들은 “감사하다”를 연발하며 삼삼오오 짝지어 차와 빵을 먹고 몸을 녹였다. 광림교회 사회사업위가 매주 수요일 새벽마다 열고 있는 어려운 이웃을 위한 봉사현장이다.
검정색 점퍼에 검은 모자를 쓴 이모(95) 할아버지는 율무차를 마시고 있었다. 매주 이곳에 ‘출석’하는 이들 중 최고령이다. “삼일절 때는 빠졌어”라는 그에게 나이를 묻자 “나인티 파이브”라는 영어 답변이 돌아왔다. 이북이 고향인 그는 서울에 있는 대학들에서 영어를 가르쳤다고 한다. 5년 전 아내와 사별했고 지금은 응암동에서 홀로 산다고 했다. 그는 “여기 오려고 새벽 3시30분에 일어나 지하철 3호선 첫차를 타고 온다”며 “교회 덕분에 산책도 하고 아침도 해결한다”고 말했다.
가산동에서 왔다는 김모(70) 할머니는 “다른 곳은 돈만 주는데 여기는 차도 끓여주지, 파스도 준다”며 “우리 같은 사람들이 마음 놓고 차 마시고 먹을 데가 없는데 여기 오면 편하다”고 했다. 노숙인으로 보이는 노인들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선물을 받고 차 한 잔을 마시고는 곧 자리를 떴다. 이렇게 한 시간가량 다녀간 사람은 줄잡아 150여명이었다. 주로 60대 이상 노인들이었다.
광림교회 사회사업위가 어르신과 어려운 이웃을 위해 새벽봉사를 시작한 것은 4년 전이다. 교회의 재정 지원 없이 회원들이 직접 회비를 모아 작은 선물을 준비해 예수사랑을 전하자는 취지였다. 서울 25개구를 비롯해 경기도 파주와 의정부 일대에서도 이곳까지 찾아온다.
봉사자들은 새벽 4시부터 나와 물을 끓이며 준비한다. 새해 첫날이나 설, 추석, 부활절, 교회창립일 등 절기 때에는 떡이나 양말, 한방파스 등 특별선물도 증정한다. 한번이라도 이곳을 다녀간 어르신은 지금까지 407명이며 매주 150∼200명이 방문한다.
신동우 장로는 “처음엔 잘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 어르신들도 웃지 않고 인상만 써서 난감했다”며 “지금은 표정도 밝아졌고 어떤 분은 새벽기도회에 참석하고 들른다. 이들 모두에게 예수가 전해지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어르신들에게 빵·음료·용돈 등 선물… 광림교회 수요 새벽예배 훈훈한 풍경
입력 2017-03-16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