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오프라인 서류 주며 온라인 접수 하라고요?… 황당한 구직자

입력 2017-03-16 05:00

이직을 고민하던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입사 지원서를 내면서 황당한 경험을 했다. 제출 서류인 졸업증명서, 성적증명서와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를 받기 위해 정부민원포털인 민원24와 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에 들어갔는데 여기서부터 문제였다. 공인인증을 거쳐 해당 문서를 저장하려고 했지만 ‘출력만 가능하다’는 메시지가 떴다.

회사 컴퓨터로 출력하려던 A씨는 다시 한번 낭패감을 맛봤다. 여러 대의 컴퓨터가 사용하는 공유 프린터로는 출력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결국 퇴근 후 PC방으로 가서 해당 문서를 출력해 스캔 작업을 거쳐 파일로 만들고 나서야 온라인 접수를 할 수 있었다.

A씨의 황당한 경험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불합격 통지를 받은 A씨는 인터넷 등을 통해 자신의 제출 서류가 유출될 것을 우려해 지원 기업에 서류 폐기를 요청했다. 그러나 기업으로부터 돌아온 것은 “알아서 할 것”이라는 무성의한 답변뿐이었다.

온라인 접수가 확산되면서 구직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 불만의 타깃이 된 건 정부가 2014년 1월 시행령안을 의결해 2015년 1월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채용절차법)이다.

취업준비생 B씨는 15일 “정부가 법을 만들어서 온라인 접수를 하라고 독려하고 있다”면서 “정작 온라인 접수를 위한 환경은 만들지도 않고 기업과 구직자에게만 온라인 접수를 요구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채용절차법에는 구인자(기업)가 구직자의 채용서류를 홈페이지나 전자우편으로 받도록 노력하라고 명시돼 있다. 온라인 접수 활성화를 위해 기업이 온라인으로 접수하는 경우 접수 사항을 홈페이지에 게시하거나 구직자에게 문자, 이메일 등을 통해 알려야 한다고도 했다.

지난해까지 근로자 100명 이상의 사업장에만 적용되던 법안은 올해부터 30명 이상 100명 미만 근로자를 채용한 사업장까지 확대됐다. 하지만 온라인 접수를 하고 싶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A씨처럼 필요한 서류를 제공하는 정부와 기관 홈페이지에선 해당 서류를 파일 형태로는 제공하지 않고 있다.

A씨는 “자기 컴퓨터에서 공인인증까지 받은 상황인데도 보안 때문에 안 된다고 한다”면서 “출력하기 위해 PC방에서 내 공인인증서를 여는 게 더 위험한 것은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채용절차법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법률 11조 채용서류의 반환 규정도 홈페이지나 이메일로 제출한 온라인 서류는 대상이 아니다. 온라인으로 제출한 서류가 인터넷을 통해 유출되는 일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어, 국회에는 개인정보 보호 강화 차원의 관련 법 개정안 수 건이 발의된 상태다. 지난해 12월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성인남녀 회원 60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61%는 채용서류 반환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필요 이유도 개인정보 보호가 33%로 가장 높았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