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 누리는 최고 선물… 하나님을 신뢰하세요

입력 2017-03-16 00:03 수정 2017-03-16 18:53
모래 밭 위에 발자국이 나 있다. 우리가 하나님을 신뢰할 때 하나님은 우리 인생의 동반자가 되실 것이다. 픽사베이 제공
최근 대통령이 탄핵되는 일련의 과정들을 보면서 느낀 게 있다. 서로 간의 믿음,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 말이다. 그리스도인에게 신뢰는 더 특별하다. 하나님의 은혜를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잘 알면서도 설상가상으로 다가오는 현실적 문제들 앞에서 ‘하나님은 여전히 신뢰할만한가’라는 물음을 끊임없이 던지며 갈등한다. 그렇게 우리는 신뢰가 깨져버린 세상에서 신뢰가 진리인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손에 잡힌 책이다. 오랫동안 담임목회를 하다 지금은 스위스 아라우신학전문대학에서 신약과 교회사역을 가르치는 저자는 ‘신뢰학교’라는 책 속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성경을 교과서 삼아 ‘신뢰근육’을 단련하는 방법들을 친절히 안내한다.

저자는 기독교 신앙의 핵심은 믿음, 곧 신뢰라고 말한다. 그리스도인에게 중요한 것은 기독교적 지식을 얼마나 많이 알고 기독교적 행위를 얼마나 많이 하느냐가 아니다. ‘인격적이신 하나님을 얼마나 신뢰하는가’이다. 하나님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그분을 사랑하는 것, 무슨 일이 일어나도 그분을 신뢰하는 것이 믿음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란 얘기다.

아프리카 청년 어네스트의 사연은 이런 면에서 울림을 준다. 나이지리아에서 새로운 삶을 찾아 스위스로 온 어네스트는 주일날 저자의 교회에서 예배드리는 것을 즐거움으로 여겼다. 망명을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던 어네스트에게서 어느 날 소식이 뚝 끊겼다. 몇 주 뒤 어네스트는 망명 신청이 최종 거부돼 나이지리아로 추방될 거라는 슬픈 소식을 들려준다.

차로 세 시간을 달려 구류 중인 어네스트를 만난 저자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성경을 펴고 시편 23편 말씀을 읽어줬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나이지리아로 돌아가면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해 하는 어네스트에게 저자가 들려줄 수 있는 최선의 말씀이었다. 눈물이 번진 얼굴로 씨익 웃으며 어네스트는 말했다.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아요. 절대 하나님이 잘못하신 게 없어요. 저는 매일 아침 하나님의 신실하심에 감사드려요. 목사님과 교회를 알게 해주신 것도요.”

저자는 “이 아프리카 젊은이가 내게 믿음의 좋은 모범이 됐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믿음은 어둠 속에서 보는 것이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순간에도, 나는 혼자가 아니고 그리스도께서 내 곁에 계심을 확신하는 것”(46쪽)이라고 강조했다. 어둠 속에서도 보는 믿음은 하나님이 나를 버려두지 않으시고 해결해 주심을 신뢰한다는 뜻이다.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상황 대신 하나님의 약속(말씀)에 주목하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 그분을 신뢰한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믿음인가. 예수님도 “보지 못하고 믿는 자들이 복되도다”(요 20:29)라고 말씀하셨다.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고 끝까지 신뢰했던 아프리카 청년은 어찌 됐을까. 일자리를 찾느라 고생하긴 했지만 서아프리카의 감비아에서 친구와 작은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고 저자는 귀띔했다. 그리고 “하나님이 그에게 희망 가득한 새 문을 여신 것 같다”고 전했다.

어네스트에게 비할 바는 못 되지만 혹 직장생활이 힘겨워, 절박한 재정형편에, 꼬인 인간관계를 개선하지 못해 괴롭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제1장만 읽어도 어느새 튼튼해진 신뢰의 근육들을 느낄 것이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 곁들여 읽기
신앙 출발점은 ‘누구를, 무엇을 신뢰할 것인가’
신뢰하는 삶/로완 윌리엄스 지음/비아
‘신학자들의 인도자’로 불리는 로완 윌리엄스가 쓴 신앙 입문서다. 윌리엄스는 “그리스도교 신앙이란 진정으로 누구를, 그리고 무엇을 신뢰할 것인가에 관한 앎”이라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신뢰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신앙의 출발점, 그리스도인이 고백하는 하나님, 예수의 의미, 영원한 삶을 담고 있다. 기독교 전통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과 현대 사상에 대한 열린 눈이 돋보인다.

강주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