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고의 신학자로 불리는 스탠리 하우어워스와 탁월한 성경주석가로 평가 받는 그의 친구 윌리엄 윌리몬이 ‘성령’(Holy Spirit)을 복권시킨다. 우리는 성령을 삼위일체로 고백하면서도 소홀히 여겨 왔다. 두 사람은 풍부한 성경 이해와 광범위한 역사적 논의를 통해 성령의 본질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이 책을 덮고 나면 왜 우리가 “오소서, 성령이시여”라고 기도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부제는 ‘교회는 왜 성령을 잃어 버렸는가’다. 신학이 정초된 교부 시대, 치열한 기독론 논의에 밀려 성령론이 상대적으로 정교하게 검토되지 못했다. 현대에 와서 성령을 강조하는 오순절 교회가 급성장했지만 이 안의 은사주의가 비합리적인 것으로 치부됐다. 하지만 성경은 성부 성자 성령이 하나라는 삼위일체론을 확증한다.
“천지창조 때에 성령이 물 위를 덮었던 것처럼(창 1:2) 그리스도는 성령으로 잉태된다(마 1:18). 성령이 창조한 열매는 예수, 곧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나님이다.”(33쪽) 그리스도가 하늘로 올라간 뒤 성령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성령은 우리를 대신해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간구한다(롬 8:26). 하나님의 참 생명에 참여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성령이다.
두 사람은 니케아신조로부터 출발해 웨슬리의 유산을 살펴본 뒤 오늘날의 오순절 운동에 이르기까지 성령에 대한 이해를 개괄한다. “성령 안에서 나누는 교제는 그리스도인들로 하여금 서로 사랑하게 하며, 특히 우리의 차이점이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는 데 참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기에 기꺼이 서로 사랑하게 한다.”(88쪽) 우리가 서로 사랑하고 인내하도록 하는 것은 성령이라는 것이다.
“성령에 힘입어 거룩하게 된다는 것은 폭력과 거짓으로 가득한 세상 안에서 우정을 나누게 해주는 진리의 공동체에 속한다는 것을 의미한다.”(113쪽) 성령은 ‘하나님의 숨’이다. 이 숨이 있을 때, 우리가 하나님의 증인이 되고 교회 공동체가 살아난다는 것을 전한다. 두 거장의 책이 130여 쪽에 불과하다는 것은 큰 장점이자 단점이다.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생명에 참여하는 ‘하나님의 숨’ 성령 본질 입체적으로 보여줘
입력 2017-03-16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