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14일 제19대 대통령 선거일을 공고하지 않았다. 조기 대선 실시로 준비가 시급한 상황이지만 명확한 이유는 없었다. 황 권한대행의 막판 출마 고심이 선거일 지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첫 정례 국무회의를 주재했으나 선거일 지정 안건을 다루지 않았다. 주무 부처인 행정자치부가 5월 9일을 선거일로 하는 실무 검토까지 마쳤지만 안건이 국무회의 테이블에 오르지 못한 것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행자부에서 실무 준비가 됐다고 해도 관련 부처 의견을 들은 뒤 국무회의에 상정하는 절차가 있다”고 해명했다. 또 “행자부에선 일찍 준비하는 것이고, 관련법상 선거 50일 전(5월 9일 선거 시 3월 20일)까지만 선거일을 지정하면 된다. 날짜 지정이 늦어지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최장 60일에 불과한 대선 기간을 감안할 때 이 같은 해명은 납득하기 힘들다. 중앙선관위가 전날 긴급 전체위원회를 열어 선거일을 최대한 빨리 확정해야 한다고 했고, 황 권한대행 스스로도 빠른 준비를 독려했기 때문이다. 황 권한대행은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난 10일 임시국무회의에서 “대선까지 남은 기간이 짧은 만큼 선거일 지정 등 필요한 준비를 서둘러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도 “법정 선거 기한이 55일여밖에 남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서둘러야 한다면서도 서두르지 않는 모순은 황 권한대행의 출마 고민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황 권한대행이 선거일 지정에 맞춰 출마 여부를 밝힐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그가 아직 결심을 굳히지 못했다는 것이다. 최근 자유한국당의 ‘황교안 특례 경선 룰’ 제정, 박 전 대통령의 자택 복귀 후 친박(친박근혜)계 결집은 황 권한대행의 등을 강하게 떠밀고 있다. 황 권한대행의 고민이 더욱 깊어졌다는 관측이다.
야권은 황 권한대행의 출마 여부와 선거일 지정을 묶어 비판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황 권한대행이 출마 여부를 고민하느라 대선 일정을 안 잡고 있다면 우스운 일”이라며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하루빨리 대선 일정을 확정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보수세력의 끈질긴 구애에도 불구하고 황 권한대행의 출마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이날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을 포함한 청와대 실장·수석 12명의 사표를 반려한 것 역시 단적인 예가 될 수 있다. 황 권한대행은 “안보와 경제 등의 엄중한 상황을 고려해 한치의 국정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긴급한 현안 업무를 마무리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려 이유를 설명했다. 국정 공백을 이유로 주인 없는 청와대 참모의 사표까지 반려한 상황에서 본인이 국정 공백의 주역이 되는 선택은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논리다.
김현길 정건희 기자 hgkim@kmib.co.kr
황교안, 대선일 지정 미룬 까닭… 선수? 심판? 막판 고심
입력 2017-03-14 18:00 수정 2017-03-14 2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