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텐트 경선 사활 걸었는데… 바른정당, 내부서 발목

입력 2017-03-15 00:00

대선 후보들의 낮은 지지율로 고민에 빠진 바른정당이 ‘빅텐트’ 경선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바른정당은 중도 보수를 표방하는 자신들이 ‘반(反)문재인 연대’의 구심점, 접착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하지만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내부 분열이 당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병국 대표 자진사퇴 이후 김무성 의원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하는 문제를 놓고 김 의원 측과 이를 반대하는 유승민 의원 측이 정면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바른정당 의원은 14일 “빅텐트만 잘 만들어지면 이번 대선에서 승산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빅텐트 구성 전에 32명밖에 되지 않는 바른정당 의원들의 화학적 결합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바른정당은 당초 유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의 높은 인지도와 대중성에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여론조사 뚜껑을 열어보니 유 의원은 1∼4%, 남 지사는 1%대 지지율에 갇혀 있다.

그러나 바른정당은 희망의 끈을 버리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중도보수라는 이념적 위치다. 바른정당은 중도 쪽의 국민의당과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 보수 쪽의 자유한국당을 묶을 수 있는 정치세력은 자신들밖에 없다고 믿고 있다. 또 바른정당은 빅텐트 경선이 성사돼 박진감 넘치게 진행되면 국민들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른정당은 빅텐트 경선에서 들러리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갖고 있다. 유 의원이나 남 지사 중 한 명이 바른정당 대선 후보가 될 경우 이른바 태극기 세력을 제외한 온건보수 진영의 지지가 쏠릴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있다.

빅텐트 구성을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유 의원은 14일 서울시내 모처에서 국민의당 대선 주자인 손학규 전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과 조찬 회동을 가졌다. 또 김종인 전 대표는 16일 손 전 의장, 유 의원, 남 지사, 정운찬 전 국무총리,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이 함께하는 조찬 회동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당을 제외한 비문(비문재인) 주자들의 모임이다. 하지만 유 의원이 참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고, 다른 인사들도 참석 여부가 유동적이어서 회동이 계획한 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바른정당을 매개로 한 빅텐트 구성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바른정당의 중도보수 포지셔닝은 역으로 중도와 보수 모두로부터 버림받을 위험성이 크다. 바른정당을 향해 중도 진영은 “부역자”라고 비판하고, 한국당 친박(친박근혜) 세력은 “배신자”라고 비난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바른정당이 ‘김무성·유승민 당’으로 비치는 것도 걸림돌이다. 지난 13일 밤 있었던 의원총회에서 일부 의원들이 김무성 의원 비대위원장 추대 문제를 놓고 둘로 갈라져 싸운 것은 바른정당의 불안정성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김 의원 측근 인사들은 “반문연대나 빅텐트가 성사되려면 김 의원이 비대위원장을 맡아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 의원 측근 의원들은 “김 의원이 비대위원장을 맡으면 당의 외연 확대에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인마” “이놈” 등 폭언이 오가고 멱살잡이 직전의 물리적 충돌이 있었다고 한다.

바른정당은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이종구 정책위의장, 김 의원, 유 의원, 남 지사가 참여하는 ‘5인 회의’를 조만간 열고 비대위원장 문제 등을 매듭짓기로 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