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머리’ 미용사 호출… 외부활동 신호탄?

입력 2017-03-14 18:06 수정 2017-03-14 21:50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에서 뒷좌석을 가린 차량이 나오고 있다. 운전자와 동석자의 얼굴도 햇빛 가리개로 가려져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 오른쪽 사진은 이날 오전 미용사 정송주 토니앤가이 원장(왼쪽)이 박 전 대통령 자택으로 들어가고 있는 모습. 뉴시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머물고 있는 서울 삼성동 자택이 요새(要塞)화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을 밀착 보좌했던 인사들이 자택으로 하나둘 집결하는 양상이다. 자택 밖에선 자유한국당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과 변호인단, 열성 지지자들이 박 전 대통령을 옹위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자택을 진지 삼아 조만간 있을 검찰 소환조사에 대비해 결전 의지를 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4일 오전 7시30분쯤 박 전 대통령 특유의 ‘올림머리’를 담당해온 정송주 원장이 택시에서 내려 자택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 목도리로 얼굴을 반쯤 가린 상태였다. 정 원장은 박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부터 머리를 손질해 오던 사람이다. 대통령 취임 후에는 청와대 총무비서관실에 계약직으로 채용돼 관저를 출입했으며, 세월호 참사 당일에도 박 전 대통령 머리를 손질했다.

박 전 대통령이 정계 입문 이후 고수해 왔던 올림머리를 했다는 건 자택에 칩거만 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헌법재판소 파면 선고의 충격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왔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그러나 친박계 한 의원은 “사저에 있어도 머리는 해야 하지 않겠느냐. 외부 활동의 신호탄으로 보는 건 과하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단이었던 김평우 변호사는 오전 8시쯤 삼성동 자택을 찾았지만 경호원이 “사전약속 없이 들어갈 수 없다”고 해 발길을 돌렸다. 김 변호사가 들고 있던 종이에는 ‘초청 인원: ○○○’ 등 보수 언론인 등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는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지자 “당신네들은 질문할 권리가 없고 나한테는 답변할 의무가 없다”고 쏘아붙이며 현장을 떠났다. 자택 담벼락에는 박 전 대통령 응원 메시지를 적은 종이와 장미꽃, 태극기가 붙었다.

지난 12일 자택 앞에서 박 전 대통령을 맞았던 친박 의원들은 자중하는 분위기다. 이들은 총괄, 정무, 수행 등 구체적으로 역할 분담을 한 사실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친박 호위대를 앞세워 반격을 도모한다”는 비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최경환 한국당 의원은 “그저 안타까운 마음에서 자원봉사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순수한 마음”이라고 억울함을 드러냈다. 최 의원은 또 “탄핵당한 대통령이라고 해서 자택에서 고립무원으로 살아가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가혹하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를 앞두고 일단 6명의 변호인단을 구성했다. 정장현 위재민 서성건 채명성 변호사는 이날 선임계를 제출했고, 손범규 황성욱 변호사는 15일 공식 합류할 예정이다. 박 전 대통령 측은 변호인단을 중심으로 언론 브리핑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청와대 관계자는 헌재 파면 선고 당일 삼성동 자택으로 ‘한·아세안 6030 8대(A급)’라고 적힌 상자가 반입돼 기밀유출 의혹이 불거진 데 대해 “A급 경호 통신장비로 기밀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기각 결정을 확신하고 5단 케이크를 준비했다는 설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