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FTA 5년… 양국 평가 ‘온도차’ 확연

입력 2017-03-14 18:22 수정 2017-03-14 21:37

15일로 발효 5주년을 맞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한국과 미국 정부의 평가는 온도차가 확연하다. 한국은 양국 모두 시장점유율을 올린 ‘윈-윈(win-win)’ 전략이라는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지만 미국 정부는 부정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4일 ‘한·미 FTA, 상호 윈윈 효과 시현’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세계경기 위축 속에서도 양국의 교역은 증가세를 지속했고 수입시장 점유율도 양국 모두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또 상품과 인적 교류가 늘었고 고용창출과 경제성장에도 기여했다고 했다.

자료에 따르면 한·미 FTA 발효 후 5년간 한·미 교역은 연평균 1.7% 증가했다. 한국의 미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2011년 2.57%에서 지난해 3.19%로 0.62% 포인트 상승했다. 미국의 한국 수입시장 점유율도 2011년 8.5%에서 2016년 10.64%로 상승, 1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미 FTA 수출 활용률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수출 활용률은 양허 대상 품목의 전체 수출액 중 원산지 규정 등을 지켜 관세 인하 혜택을 받은 품목의 수출액 비중이다.

한국 정부가 한·미 FTA의 긍정적 효과를 알리는 데 주력하는 이유는 단순히 국내의 부정적 여론만을 의식해서는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을 잠재우기 위해서다.

하지만 정부의 기대와 달리 미국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최근 미국 무역대표부는 의회에 제출한 연례보고서에서 한·미 FTA로 미국의 무역적자가 급격히 증가했다며 재검토 가능성을 언급했다. 윌버 로스 미 상무부 장관도 “앞으로 몇 달 안에 나쁜 무역협정들을 재협상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을 한 다음날인 지난 8일 한·미 통상장관 회담에서도 주형환 산업부 장관이 한·미 FTA의 상호 호혜적 성과를 강조했지만, 로스 장관은 ‘협력’만을 얘기했을 뿐이다.

통상 전문가들은 5주년을 맞아 한국 정부가 한·미 FTA에 대한 전략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재협상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조언도 나온다. 특히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주 장관 등이 미국 정부 및 재계 인사에게 미국산 셰일가스 수입을 약속한 게 협상 카드를 미리 꺼낸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미 FTA 성과를 앞세워 다른 나라와의 FTA 협상을 추진해 시장 다변화를 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동복 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한·미 FTA 이후 다른 국가와의 FTA 체결로 수입선이 다변화됐고 가격도 하락했다”고 말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