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한국여행 금지령 발효를 하루 앞둔 14일 오후 1시30분쯤 인천 중구 인천항 제2국제여객터미널. 중국인 관광객(유커)으로 서 있을 자리조차 찾기 힘들 정도였던 과거와 달리 이날 유커들을 찾기는 어려웠다. 터미널 관계자는 “중국 칭다오에서 출발해 오전 11시20분 도착한 카페리호에는 단체 관광객이 한 팀도 없었다”고 전했다.
터미널 내부에는 중국 다이궁(代工·보따리상)들이 수십명 웅성거리고 있었지만 예전에 비하면 그 숫자는 절반 수준이었다. 20년간 보따리상 사업을 했다는 귀화 한국인 곡사관(73)씨는 “다이궁을 통해 물건을 중국에 보내는 일도 정식 통관체계로 바뀌면서 양쪽 관세사 비용 등을 부담해야 해 실익이 없다”고 말했다. 보따리상 무역이 사실상 끝났다는 얘기다.
주변 상가 상인들은 침통한 표정이었다. 터미널 앞 횡단보도에 근접한 화장품 가게 주인 유정미(47·여)씨는 “중국 사람들이 다닐 때는 설 자리가 없을 정도였는데 지금은 아예 사람 구경도 힘들다”고 말했다.
터미널 주변에는 화장품 가게만 10여곳이었는데 이미 2곳은 문을 닫았다. 이전까지만 해도 한국산 팩을 좋아하는 유커 덕분에 1일 200만원 남짓 매상을 올렸지만 이젠 옛날 얘기가 됐다.
환전상들도 울상이었다. 동아환전 이영일(60)씨는 “배가 있을 때만 장사를 하는데 오는 사람이 없다”며 “다이궁들도 크게 줄어 빈집만 늘고 있다”며 한숨지었다.
적막감이 감도는 분위기는 제주항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오후 1시 1162명을 싣고 입항할 예정이던 코스타 아틀란티카호의 입항이 취소되면서 관광객을 기다리던 전세버스 기사 김성호(52)씨는 “오늘이 마지막 영업일이다 마음먹고 나왔는데 역시나 허탕 치게 됐다”며 “이젠 다른 일을 찾아봐야겠다”고 토로했다. 숙박업을 하는 이정순(49)씨는 “오늘까지 예약한 투숙객이 돌아가고 나면 당분간 문을 닫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산에서도 중국 크루즈선의 기항 취소가 현실화되면서 관광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부산항만공사와 부산 지역 관광업계 직원들은 14일 전화 앞에서 긴장된 하루를 보냈다. 전날 스카이시크루즈사가 다음 달 9일부터 14차례의 부산 기항을 모두 취소한다고 통보한 탓에 15일 이후 크루즈선의 부산항 기항 취소가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유커를 실은 관광버스로 북새통을 이뤘던 서울 마포구 연남동 일대는 한산했다. 게스트하우스와 화교가 운영하는 중식당이 밀집해 있는 동진시장 근처도 마찬가지였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최정인(71·여)씨는 “이곳에서 20년 동안 장사했는데 최근 중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내일부터 한국여행 금지령이 내려지면 더 줄어들 텐데 걱정”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명동도 상황은 비슷했다. 명동역 6번 출구 앞에서 노점을 운영 중인 김모(72)씨는 “한국여행 금지령으로 이제 명동 상권은 죽었다고 보면 된다”며 “유커 숫자가 10분의 1 수준으로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 화장품 가게 직원은 “사드 배치 발표 이후 매출이 반 토막 났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명동 일대 교통정체를 유발했던 관광버스 행렬도 사라졌다. 일본인 관광객을 실은 관광버스 한두 대만 보였다. 면세점을 찾는 차량으로 꽉 막혔던 롯데백화점 본점 앞 도로엔 차들이 제 속도로 시원스레 달리고 있었다.
글=이가현 기자, 인천·제주·부산=정창교 주미령 윤봉학 기자 jcgyo@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칭다오 출발 인천 도착 카페리호에 단체 관광객 ‘0’
입력 2017-03-14 18:24 수정 2017-03-14 2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