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김종인의 ‘무조건 따르라’… 우리 당 방식과 달랐다”

입력 2017-03-14 18:13 수정 2017-03-15 00:40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인 이재명 성남시장, 최성 고양시장,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왼쪽부터)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대선후보 공명경선 선언식에서 각자 뽑은 경선기호를 들어 보이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탈당한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를 향해 “김 전 대표의 ‘무조건 따르라’는 식의 당 운영방식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의 리더십 문제를 부각시켜 앞으로 예상되는 ‘친문(친문재인) 패권’ 논란을 사전에 제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이 14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개최한 당 대선후보 첫 TV토론회에서는 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최성 고양시장 등 대선주자들이 리더십 문제로 격돌했다.

논쟁은 안 지사가 김 전 대표의 탈당을 고리로 문 전 대표의 리더십을 지적하며 시작됐다. 문 전 대표는 “김 전 대표를 모셔올 때는 경제민주화만큼은 함께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모셔왔지만, 김 전 대표의 당 운영방식이 정당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우리 당의 방식과 많이 달랐다”고 비판했다. 본인이 직접 김 전 대표 탈당을 만류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안 지사는 김한길·안철수·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 전직 당대표의 탈당도 문 전 대표의 리더십 부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문 전 대표는 이에 “당을 혁신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며, 혁신에 반대하는 분들이 당을 떠난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당 혁신의 성공으로 지난해 4·13총선에서 승리했고, 이를 통해 정권 교체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자부했다.

이 시장은 ‘악성노조’ 발언을 한 전윤철 전 감사원장 등 문 전 대표 캠프 일부 인사의 발언과 전력을 거론하며 공격했다. 그는 “문 전 대표 주변에 인정할 수 없는 기득권자가 너무 많이 몰린다. 내보내면 안 되겠느냐”고 물었다. 문 전 대표는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캠프 합류 인사를 기득권자나 친재벌 등으로 딱지를 붙여 나가는 것은 종북좌파 딱지와 다를 바 없다”고 반박했다.

최 시장은 “범죄자 대통령은 안 된다”며 안 지사의 2002년 대선 당시 불법정치자금 수수 전력을 꺼내들었다. 안 지사는 “일부 자금유용 사실은 이미 인정했고, 대선자금 수사로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았다”면서도 “2010년과 2014년 도지사 선거에서 도민의 선택을 받았고, 국민께도 사면·복권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같은 당 동지에게 그런 방식으로 질문을 받을 줄은 몰랐다”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 시장은 과거 음주운전 경력과 논문표절 논란, 강경 발언 등이 도마에 올랐다. 최 시장은 이 시장을 향해 “음주운전과 논문표절 논란 등에 너무 당당한 것 아니냐”고 몰아세웠다. 이 시장은 음주운전 전력에 대해선 잘못을 인정했지만, 논문 표절에는 “해당 대학에서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고, 결국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맞섰다. 이 시장은 또 포용력이 부족하다는 안 지사 지적에는 “이웃집과는 잘 지낸다. 이웃집에 숨어 있는 도둑에 대해서만 가혹할 뿐”이라고 했다. 그러자 안 지사는 “도둑도 국민”이라고 응수했다.

TV토론회가 상대 후보에 대한 공세 위주로 진행되면서 정책 검증 등은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일자리 양극화 대책을 묻는 공통질문에 네 후보는 대동소이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문 전 대표는 “좋은 일자리가 답”이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남녀 간 임금격차 해소를 약속했다. 안 지사도 임금차별 해소와 중소기업 강화 등을 제안했다. 사드(THAAD)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 대처 방안은 후보 간 입장이 갈렸다. 문 전 대표는 중국의 경제보복에 대한 항의와 설득을 우리 정부에 주문했다. 안 지사는 “한·미동맹이 중국을 적대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실한 메시지를 중국에 전하겠다”고 했다. 이 시장은 이미 배치된 사드 포대의 전면 철수와 추가 배치 반대 등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김종인 전 대표는 이날 오후 국민대에서 강연한 뒤 기자들과 만나 문 전 대표의 발언을 반박했다. 김 전 대표는 “(문 전 대표가) 할 말이 없으니 그런 얘기를 한 것”이라며 “나는 민주당에서 ‘나를 따르라’고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민주당 혁신에 반대해서 탈당했다’는 지적에도 “혁신은 무슨 혁신을 했는가. 패권정치가 혁신인가”라고 반문했다.

최승욱 정건희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