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만에 한국 온 마라도나… ‘쇼맨십’ 살아 있네!

입력 2017-03-14 21:17 수정 2017-03-14 21:19
배가 불룩 나온 아르헨티나 축구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앞)가 14일 경기도 수원 화성 행궁광장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의 조 추첨 기념 레전드 경기에서 그라운드에 넘어지고 있다. 뉴시스
허정무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 아르헨티나 축구 스타 파블로 아이마르, 염태영 수원시장, 마라도나, 곽영진 U-20 월드컵 조직위원회 상임 부위원장, 신태용 U-20 월드컵 한국 대표팀 감독(앞줄 왼쪽 두 번째부터)이 경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아르헨티나의 축구영웅 디에고 마라도나(57)가 22년 만의 한국 나들이에서 팬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마라도나는 14일 경기도 수원 화성행궁 앞 광장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조추첨 기념 ‘레전드 매치’에 참가했다. 그는 15일 조추첨 행사에 참가하고자 아르헨티나 전 국가대표 파블로 아이마르(38)와 함께 방한했다. 마라도나는 1979년 일본 대회, 아이마르는 97년 말레이시아 대회에서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이끌어 FIFA 레전드 자격으로 행사에 초청됐다. 마라도나는 보카 주니어스 소속이었던 95년 이후 22년 만에 다시 한국 땅을 밟았다.

마라도나가 나타나자 그를 기억하는 중년 팬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마라도나는 자신의 이름이 소개되자 두 팔을 번쩍 들어올려 박수를 유도했다. 세월은 흘러도 축구스타의 쇼맨십은 그대로였다.

경기는 팀 마라도나와 팀 아이마르의 대결로 진행됐다. 마라도나는 경기 내내 팀원들에게 “왜 공을 안주느냐”고 소리를 질렀다. 배는 동네 아저씨처럼 나왔지만 발재간은 여전했다. 본인이 해트트릭을 기록해 팀 마라도나의 4대 3 승리를 홀로 이끌다시피 했다. 골대를 살짝 벗어났지만 터닝 발리슛까지 선보이는 묘기까지 부렸다.

그는 이날 후반 팀 동료의 크로스가 올라오자 기다렸다는 듯 공에 손을 갖다댔다. 마라도나가 86 멕시코 월드컵 4강에서 손을 사용해 골을 넣어 화제가 된 ‘신의 손’ 장면을 익살스럽게 재현한 것이다. 경기 후엔 U-20 월드컵 코리아 홍보대사인 배우 류준열과 유니폼도 교환했다. 류준열은 이날 팀 아이마르 선수로 뛰었다.

마라도나는 “축구공은 어린시절 가장 값싼 가격에 구할 수 있는 장난감이었다. 축구는 나와 뗄 수 없는 관계”라며 이벤트 경기에서 열심히 뛴 이유를 설명했다.

마라도나는 이날 허정무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와 재회했다. 86년 월드컵 당시 한국 대표팀 선수였던 허 부총재는 마라도나를 막기 위해 일명 ‘태권킥’을 날렸다. 허 부총재는 팀 아이마르의 선수였으나 마라도나와 반갑게 인사만 나눴고 경기는 함께하지 못했다.

취재진이 태권킥 장면이 담긴 사진을 건네자 마라도나는 “허 부총재는 모든 면에서 훌륭한 분이다. 좋은 자리에서 만나 뵙게 돼 기쁘다”며 “세계적인 경기에서 부상 장면은 모두 기억한다”고 환하게 웃었다.

마라도나는 “팬들이 많이 와주셔서 감사하고 감회가 새롭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한국 축구에 관심을 갖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수원=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