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 기기·장갑·신발 착용했더니… 성화봉 활활, 하늘엔 불꽃놀이

입력 2017-03-14 18:11
KT 네트워크부문 오성목 사장(왼쪽)이 14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휴대전화로 가상의 성화와 성화봉이 합쳐지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자율주행 기능으로 양손이 자유로운 5G 버스 운전자가 버스 실내에서 보조석에 앉은 승객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KT 제공

눈 오는 강원도 평창. 성화봉을 든 주자가 다가와 팔을 뻗는다. 오른손에 들고 있던 성화봉을 갖다대자 곧바로 불이 옮겨붙었다. 활활 타오르는 성화봉을 들고 스키점프대에 올라 활강을 시작했다. 무사히 착지해 앞을 바라보니 또 다른 주자가 성화봉을 들고 릴레이를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성화봉에 불을 붙인 주자는 스키를 타고 다른 주자에게로 향했다.

올림픽 시작을 알리는 성화 봉송, 그 특별한 경험을 누구나 할 수 있다.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 VR(가상현실) 기기와 센서(마커)가 부착된 장갑, 신발만 있으면 된다. 2018년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강원도 평창에서 14일 가상현실로 성화 봉송을 직접 체험해 봤다.

VR 기기와 헤드폰을 끼고 장갑과 신발을 착용하니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슬리퍼는 스키부츠가 됐고 까만 봉은 어느새 성화봉으로 변했다. 고개를 들자 화려한 불꽃이 하늘을 수놓았다. 모두 가상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적외선 카메라가 사람의 위치를 인식해 움직임을 감지하고, VR 영상은 실시간 전송된다. 이날 현장에서는 기가 와이파이로 데이터가 전송됐지만 내년에는 5G 통신을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5G 통신은 기가 와이파이보다 5∼10배 빨라 더 많은 데이터를 짧은 시간 안에 전송할 수 있다. 그래픽 영상이 전송되는 VR 화면도 실사 영상으로 더욱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게 된다.

KT는 이날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년 평창에서 선보일 5G 기반 서비스들을 공개했다. 방송사 카메라를 통해 정해진 화면만 볼 수 있던 경기들이 실감나게 재구성됐다. 선수들이 GPS 장비를 장착하고 크로스컨트리 경기를 하면 관람객은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선수의 위치 정보와 경기 상황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점프하는 순간을 360도 각도로 돌려서 감상하는 것도 가능하다. 봅슬레이 썰매 앞에는 카메라가 설치돼 있어 1인칭 시점으로 속도감을 체험할 수 있다. KT는 이 같은 서비스를 내년에는 5G 통신으로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올레tv와 모바일 앱으로도 360도 경기 영상을 볼 수 있다.

다만 아직 시범 서비스인 만큼 진행이 원활하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자율주행 5G 버스는 시속 13㎞의 느린 속도로 운행되는데도 몇 차례 급정거를 했다. 쌓여 있는 눈 더미를 장애물로 인식한 탓이었다.

통신 속도뿐 아니라 안정성이나 인식의 정확도도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개막까지 332일 남았다. KT 네트워크부문 오성목 사장은 “내년 5G 올림픽에 이어 2019년에는 5G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5G 올림픽을 준비한 지 어느새 1000일째가 됐다. 준비를 모두 마친 만큼 내년에는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인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평창=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