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층의 사교육비가 저소득층의 9배로 늘었다. ‘있는 집’ 자녀들이 이용하는 고액 입시 컨설팅 비용은 조사 대상에서 빠지는 등 정부 통계에 구멍이 많아 실제 격차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학생 수는 줄어드는데 사교육비 총액은 증가했다. 학생 한 명에 투입되는 사교육비도 역대 최대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영역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극약 처방에도 고교생 영어 사교육은 늘어났다. 교육 당국과 공교육 시스템이 사교육에 완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교육부는 14일 이 같은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통계청과 공동으로 전국 초·중·고 1483개교 학부모 4만3000여명을 지난해 기준으로 조사했다. 사교육비는 총 18조606억원으로 2015년 17조8346억원보다 증가했다. 지난해 초·중·고 학생 수는 588만3000여명으로 2015년 대비 3.4% 줄었지만 사교육비 총액은 늘었다.
소득계층 간 사교육비 격차는 더 커졌다. 월 700만원 이상 고소득층은 학생 1인당 44만3000원을 사교육비로 지출했다. 100만원 미만 가정 자녀 1인당 5만원의 8.8배다. 2015년 6.4배보다 격차가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사교육에 참여하는 비율도 700만원 이상 고소득층 학생은 81.9%였는데 100만원 미만은 30.0%였다.
이는 저소득층 지갑은 얇아지고 고소득층은 두꺼워진 빈익빈 부익부의 영향이기도 하다. 통계청의 가계동향 조사를 보면 지난해 하위 20%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이 120만1766원으로 전년도 128만998원보다 줄었고, 상위 20%는 663만9709원으로 전년도 651만3930원보다 늘었다.
고교생 사교육비는 5조5065억원. 전년 대비 8.7% 증가해 사교육비를 끌어올렸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5만6000원으로 사교육비 조사가 시작된 2007년 이후 가장 많았다. 2012년(23만6000원) 이후 4년 연속 증가했다.
특히 고교생 영어 사교육비가 늘었다. 수능에서 한두 문제 더 맞히려고 불필요하게 경쟁하지 말라는 취지로 올해부터 영어 절대평가가 도입됐다. 영어 사교육비가 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2015년 1조5544억원에서 지난해 1조6154억원으로 오히려 늘었다. 입시 정책을 믿지 못해 절대평가 약효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절대평가로 전환해도 변별력 있게 출제하면 상대평가처럼 학생들을 줄 세울 수 있다. 1, 2학년 때 사교육을 집중적으로 받아 일정 수준으로 성적을 올린 뒤 다른 과목에 집중하려는 수험 전략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입 전형 간소화,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규제법(선행학습금지법) 등 박근혜정부의 사교육 경감 대책도 효과를 보지 못했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대학 서열화로 인한 입시 경쟁이라는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사교육비 부담을 해결하기 어렵다”며 대선 후보와 차기 정부에 근본적인 대책을 주문했다.
세종=이도경 신준섭 기자 yido@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투데이 포커스] 44만원 vs 5만원… 사교육 양극화 극심
입력 2017-03-14 17:59 수정 2017-03-14 2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