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신 목사 “말씀 안에서 분별력 있는 ‘선비 기독정신’ 필요한 때”

입력 2017-03-15 00:00
캐나다 토론토대 석좌교수 유재신 목사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자신의 삶과 신앙을 간증하고 있다. 김보연 인턴기자

“공교롭게도 방한기간에 대한민국의 첫 여성 대통령이 파면돼 안타깝습니다. 한국교회가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묻고 싶습니다. 이제 우리 기독교인들은 신앙의 덕을 세우고 말씀 안에서 분별력 있는 신앙인이 돼야 합니다. 세계는 지금 한국사회와 교회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지난 7일 ‘제19회 KBS 해외동포상’(인문사회·교육 부문)을 수상한 유재신(85·캐나다 토론토대 석좌교수)목사는 이번 대통령 탄핵 사태를 계기로 한국사회와 교회가 한 단계 성숙돼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유 목사는 13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초기 기독교는 교인 숫자는 비록 적었지만 도산 안창호, 남강 이승훈, 월남 이상재 등 존경받는 교회지도자와 애국자들이 많았다”며 “하지만 최근 한국교회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존경받는 교회지도자들이 많이 나와야 한국교회가 다시 부흥하고 성장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선비 기독교’라는 표현을 여러 번 강조했다. 선비 정신으로 재물을 탐하지 않고 의리와 원칙을 소중히 여기는 교회지도자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그는 “개인이나 개 교회, 개별 목회자의 유익보다 하나님과 나라를 먼저 생각하는 올곧은 기독교인이었으면 한다”면서 “교회가 교회다워지려면 묵묵히 이웃을 위해 희생하고 ‘선한 사마리아인’ 역할을 하는 ‘선비 기독교 정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유 목사는 1988년 중국 베이징 대에서 열린 국제조선어학회에서 북한의 고구려사 전문가인 채희국 김일성종합대 교수가 영문판 고구려사를 함께 만들자고 자신을 초청한 사실을 소개했다. 북한은 대학교수 자리와 좋은 대우를 제시했다. 그는 “그때 북한에 갔더라면 큰일 날 뻔 했다”며 “그렇게 북한에 간 학자들이 얼마나 많이 북한 정권에 이용 당했는가”라고 반문했다.

“고구려사, 위안부, 독도문제를 비롯해 동북아 전역의 역사왜곡 문제를 근본적으로 치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국학의 세계화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한국학 관련 책들을 영문으로 번역하고 소개하는 데 여생을 바칠 계획입니다.”

그는 1964년 도미,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한국학 연구와 전파에 앞장섰다. 캐나다 최초로 토론토대학에 한국학과를 설립해 초대 교수를 역임하며 수많은 한국문화와 종교 관련 도서를 출간했다. 또 토론토대학 내 한국학센터를 건립하고 동양학도서관에 6만 5000여권 규모의 한국학 도서 섹션을 만드는 등 북미사회에 한국문화의 우수성을 지속적으로 알렸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사진=김보연 인턴기자